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지난 4일로 최종 무산되면서, 기존 진보통합 구도의 해체와 재구성을 위한 진보진영의 물밑 논의가 시작됐다. 두 당의 통합을 반대했던 진보신당 독자파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의 통합이 일차적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통합이나 연대는 그 다음 고려 대상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통합파,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통합 논의에 참여해왔던 진보단체 등이 통합에 참여하는 주체이지만, 이들이 당장 모여 논의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통합을 위한 명분 쌓기도 필요하고, 절차나 대상, 원칙을 다시 정하는 일도 선행돼야 한다.
진보진영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진보신당 통합파의 탈당 여부와 시점이다. 4일 당대회에서 통합에 찬성 의견을 던진 대의원의 비율이 54%에 이른 만큼, 두 사람의 탈당은 진보신당을 쪼개놓을 만큼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통합에 찬성했던 진보신당 전현직 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꾸린 뒤 외부와 협상을 통해 집단으로 '통합진보정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회찬, 심상정 고문도 이때 함께 탈당을 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합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일 진보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조승수 의원의 거취는 유동적이다. 전날 당대회에서 "통합진보정당이 건설되지 못하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난관에 봉착했어도 진보대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통합에 대한 의지를 거듭 내보였다.
민노,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를 숨죽여 지켜봐 온 국민참여당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참여당 한 당직자는 "일부에선 민노당과 곧바로 통합 논의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노당과 참여당이 통합 논의를 곧바로 시작하면, 그동안 참여당과 통합 반대를 주장해 온 진보신당 통합파들의 탈당 및 합류의 명분을 틀어막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참여당은 진보신당 통합파와 민노당이 결합한 뒤에야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참여당 관계자는 "당내에선 진보통합을 포기하고 야권통합 논의에 참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진보통합에 참여하겠다는 당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인지 진보통합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태도도 매우 조심스럽다. 당분간은 달라진 상황에 대한 당내 의견 조율 및 진보신당 통합파와 물밑 접촉 등을 진행하며 향후 일정 등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일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보대통합에 뜻을 함께하는 정당과 개인, 세력 등을 총망라해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야권대통합의 틀을 만들려는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진보정당 설득에 나서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5일 열린 야4당 원탁회의에서 "민주당은 통합의 문호를 크게 열고 어떤 위치에 있든 좋은 통합후보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통합을 통해 승리한 민주진보진영이 서울시에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제3지대에서 야권대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과 통합'도 6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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