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8

원희룡 “곳곳에 병 걸린 사람 많아서…”

'안철수 돌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열린 8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자중지란'의 형국이었다.

돌풍에 몸을 실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최고위원까지 제치고 있다는 이날 소식에도 불구하고 회의 초반 의원들은 "안철수"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다. 먼저 입을 연 정몽준 전 대표는 "안철수 신드롬은 갑자기 나타났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국민들의 실망과 불만이 폭발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에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계파를 위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후 홍준표 대표 등이 다른 문제로 말을 돌렸으나 유승민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안철수' 논쟁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 최고위원은 "그간 우리 당이 노선을 갖고 혼란을 빚고있는 사이 안철수 교수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체험하고 있다"며 "최근 당 논평이 나오는 것을 봐도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신중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좌파 단일화 정치쇼"라고 논평한 김기현 대변인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본격적인 격론의 불을 지핀 것은 원희룡 최고위원이었다. 원 최고위원은 "2000년 이후에 대한민국 정치에는 몇 가지 법칙이 생겼다. 첫째, 낡은 것으로 규정된 세력은 결코 새로운 세력을 이길 수 없다. 둘째, 소인배정치는 결코 대인배의 감동정치를 이길 수 없다"라며 '안풍' 이후 한나라당의 행태와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 정치로 가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한 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참회록을 내놓아도 시원찮은데 해묵은 이념 타령을 갖고 신경질 부리는 모습에서 더 큰 위기를 본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에이급 태풍경보가 터졌을 때 방향을 어떻게 잡는지 구체적 과정과 형태는 모르겠지만 역사 화살표는 이미 국민들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중진인 김영선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지키고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모독적인 발언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안철수씨가 새 영역과 새 지도자상을 만드는 것은 맞지만 서울시장 출마하면서 한나라당은 모두 나쁘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구태의연한 정치"라고 공격했다. 둘 사이에서 홍 대표가 "자기혁신은 중요하지만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별로 옳지 않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경필 최고위원이 "안철수 신드롬은 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치권이 만든 것"이라며 다시금 각성을 촉구하자, 홍 대표는 보통 이어지는 비공개회의를 미루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회의가 끝난 뒤 원 최고위원은 "곳곳에 병 걸린 사람이 많아서…"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이어지는 안 원장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물은 것을 빗댄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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