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6일 백두대간 종주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문을 마친 뒤에는 자신의 입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로 선거를 맞는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박 변호사는 일행 4명과 함께 지난 7월19일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하던 중 중대 결심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지난달 21일에도 산에 있었다. 이후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박 변호사는 1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산속에서 긴박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변호사의 측근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오 시장이 사퇴한 뒤 민주당 쪽에 '서울시장 시민후보로 나가겠다'는 뜻을 알렸다고 한다. 민주당 쪽에서는 박 변호사에게 '민주당 후보로 나서 주시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지만, 박 변호사 쪽은 '시민후보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의원 등 여러 후보군들이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박 변호사는 출마 방식과 경선 여부 등을 둘러싸고 측근들과 고민을 나눴다. 특히 언론을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검토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번졌다.
결국 박 변호사는 평소 친분과 신뢰가 두터웠던 안 원장에게 장문의 전자우편을 보내 '확고한 출마 의사'를 전했다. 안 원장은 평소와 달리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그 뒤 한 차례 전자우편이 더 교환됐고, 안 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변호사가 출마를 하신다면 양보하는 것도 내가 희생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뜻을 내비쳤다.
박 변호사는 이날 오후 안 원장과 20여분 동안 만나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을 뿐, 결국 안 원장의 양보 의사는 이미 '서울-대관령' 사이를 오고간 전자우편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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