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6일 기자회견장을 떠나면서 "지난 5일이 1년 같았다"고 말했다. 출마설이 처음 보도된 지난 1일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터였다.
이날 오후 2시20분께 안철수연구소가 '4시 기자회견'을 공지하자마자 회견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엔 취재진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안철수연구소 쪽은 "하루 전에 안 원장의 지시로 기자회견 장소를 미리 예약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전날 이미 불출마를 결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안철수연구소가 회견을 공지한 그 시간 안 원장은 서울 시내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만났다. 회동은 길지 않았다. 20분 만에 결판이 났다. 주로 박 변호사가 출마 의지를 피력했고 안 원장은 조건 없이 출마를 안 하겠다는 내용으로 딱 세 마디만 했다고 동석했던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의원 원장은 전했다.
오후 4시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간단하게 밝힌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불출마 선언의 결정적 계기는?
"자격이 있으신 분이 출마 의지가 굳으시니까 제가 물러나야죠."
-양보한 건가?
"제가 출마선언도 안 했다."
-앞으로 정치적 활동 계획은?
"없다. 원래 정치하던 사람이 아니다."
-대선에는 출마하나?
"시장 출마 생각한 지 5일밖에 안 됐다."
-박원순 변호사를 도울 것인가?
"국가 공무를 하고 있어서 쉽지 않다. 자신의 뜻을 잘 펼칠 것이라고 믿는다."
-선대위원장을 맡게 되나?
"그렇지 않다. 선거엔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
-박 변호사가 안 원장을 설득하는 방식이었나?
"설득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였다."
-윤여준 전 장관과는 대화했나?
"그분 나름대로 저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안 원장이 발언하는 동안 박 변호사는 단상 밑에서 지켜봤다. 안 원장은 짧은 기자회견 뒤 단상 아래로 내려가 박 변호사와 악수하고 포옹했다. 이어 기자들 사이에서 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박경철 원장에게 다가가 10여초 동안 끌어안았다. 눈시울을 붉힌 박 원장의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 원장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회견장을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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