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자료사진). | ⓒ 남소연 | | | 지난달 31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의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조찬모임에 법륜 스님, 윤여준 전 장관(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과 이 아카데미에서 강의해온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얘기가 나오자 김 전 수석은 안 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큰 꿈을 품고 정치를 하려면 국회부터 들어가야 한다. 싫든 좋든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곳이 여의도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질서는 매우 고약한 것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이상 그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걸 알아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김 전 수석은 이미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의 안양편(7월 13일)과 분당편(8월 19일)에 게스트로 참석해, 청중들 앞에서 "이런 올곧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며 안 원장 등의 정치입문을 권유했다. 1987년 개헌 때 헌법에 경제민주화조항(119조2항)을 신설하는 등 일찍부터 재벌문제를 고민해온 김 전 수석은, 삼성그룹을 '삼성동물원'으로 비판하는 등 역시 재벌에 비판적 인식을 보여온 안 원장의 멘토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5일 오후 종로 부암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전 수석은 "(서울시장 출마의사가 공개화된) 지금 (안철수 원장이) 내게 조언을 구한다 해도, 여의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가 안 되기 때문에 역시 마찬가지 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미 수차례 안 원장에게 정치참여를 권했다고 한다. 그는 "평화재단 강의를 통해 알게 돼 청춘콘서트에 초청받아가고 그 뒤 몇 차례 만나보니 안 원장은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들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청춘콘서트 관객들 앞에서 정치입문을 권유했는데 열광적 박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정치 투신하면 상당히 호응을 받겠다'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콘서트 뒤에 차를 마시면서 내년 4월 총선 때 서울 지역 출마를 권하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반응이 없었다고. 4선 의원이기도 한 김 전 수석은 최근 안 시장의 여론조사 강세에 대해서는 "우리 정당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큰 상태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오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출마를 결심하고 정치인으로 변모하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추이를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 원장이 야권연대에 문을 열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그가 현실인식을 빨리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그가 박 변호사를 지지하고 물러난다면 두 배로 승리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풍토에서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놓고 물러나는 일은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종인 전 수석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분당 청춘콘서트에서 안철수에 정치 입문 권해" | ▲ 서울시장 출마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청 강당에서 열린 '2011희망공감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시골의사' 박경철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유성호 | | | - 안철수 원장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평화재단 산하) 평화교육원 평화리더십 아카데미에 두서너 번 강의를 나갔다. 그 과정에서 안 원장을 알게 됐다.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 게스트로 나와달라고 부탁해서 안양과 분당 콘서트에 갔었다. 나는 당시 박경철 원장과 안 원장 두 사람이 전국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게 단순히 우국충정 때문만은 아니라고 봤다. 자기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일종의 정치행위를 한다고 생각했다. 콘서트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경제, 사회, 정치적 문제에 대해 옳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달 19일 분당 콘서트에서 청중들에게 이렇게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열광적인 박수가 나왔다. 이 사람들이 정치에 투신하면 상당히 좋은 호응을 얻겠구나 확신이 생기더라. 그래서 콘서트 끝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내년 총선에서 서울의 의미 있는 지역구에 출마해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안 원장이나 박 원장 모두 당시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이전부터 윤여준 전 장관과, 법륜 스님 등과 함께 대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헛소리다. 나는 기본적 정치적 소양이 없는 사람이 절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 정치인이 권력에 대한 야심이 있으면 의회 활동을 통해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안 원장에게도 국회에 들어가서 정치적 소양을 배양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에 안 원장과 윤여준 전 장관, 법륜 스님 등 평화리더십 아카데미 사람들과 조찬 모임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서울시장 이야기가 나오길래 출마하지 말라고 했다." - 만류한 이유는 뭔가. "실제 서울시장이 행정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와 관계를 제대로 이끌어갈 능력이 없으면 오세훈 전 시장과 마찬가지 처지가 될 것이다. 시장이 되는 것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으로서 성공해야 한다. 안 원장이 시장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의회와의 협력, 고질적인 관료조직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업 운영을 했던 사람들이 흔히 행정에도 기업에서 하던 방식을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기업에서는 맘에 안 드는 사람 쫓아내면 되지만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성공한 CEO(최고경영자) 중 정치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안 원장도 이 지점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큰 꿈을 품고 정치를 하려면 국회부터 들어가야 한다. 싫든 좋든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곳이 여의도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질서는 매우 고약한 것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이상 그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걸 알아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 - 만약 지금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문제와 관련해 조언을 구해온다면 뭐라고 하겠나. "본인도 내 생각을 알 텐데 지금 상황에서 서울시장 출마는 본인을 위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된다 해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누구는 여의도를 극복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여의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가 안 된다. 때문에 역시 마찬가지 답을 하겠다. 작년 총리 물망에 오르던 여권 인사가 찾아와서 자기가 큰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길래 그럼 국회부터 들어가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뭐냐면 총리하고 대통령 비서실장 하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총리나 비서실장은 당시 정권의 최고권력자와 정치적으로 동질화되는 자리다. 그런데 선거는 정권 심판이 기본이다. 그런 자리만 가지고는 힘들다. 이는 문재인 전 비서실장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지지율 1위 안철수 지금 물러나면 두 배의 승리" - 실제 안 원장이 출마할 것이라고 보나.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두고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라고 했다. 고민 중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히 신중모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에 간 지 한 학기밖에 안 된 것도 부담이다. 안 원장이 합리적이지만 자기 고집도 있다. 자기 나름대로 고독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안 원장 성품상 오래 끌지는 않을 테고 2~3일 내로 가부간 결단을 내릴 텐데 주변의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출마하지 않고 박원순 지지하고 물러나면 두 배로 승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선 승복을 통해 이후 탄탄한 기반을 닦았다. 그런데 안 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져서가 아니라 지지율 1위를 가지고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1위를 달리는 지지율을 가지고 물러나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두 배로 승리할 수 있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윤여준 전 장관이 이야기한 대로 안 원장이 새로운 제3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깃발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내년 총선에 임하면 상당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 역사에 빗대서 보면 1991년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만들고 이듬해 14대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그런 현상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고 안 원장이 이번 상황을 슬기롭게 잘 넘기면 그게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만 윤 전 장관이 지금 제3 정당 창당 이야기를 꺼낸 것은 너무 성급했다. 안 원장이 출마한다고 하니 서포트(지원)한다는 순수한 의미에서 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 정주영 전 회장의 국민당 같은 제3당 출현 가능성 높다고 예측하는 근거는 뭔가. "기존 정당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니까 그런 것이다. '안철수 사태'를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도 많이 당선될 것이다." - 안 원장이 여론조사에서 굉장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정당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높으니 그 당의 후보들에 대한 불신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니까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정당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의 복지 논쟁을 봐도 중구난방이다. 구체성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구소련이 무너지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데올로기는 모두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느냐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직도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는 정치권에 국민들이 식상해 하고 있다. 보수의 결집, 진보의 결집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왜 국민들을 이분법적으로 끌고 가나. 이게 제3의 정치세력 거론되는 배경이다. 기존의 정당들이 변화하지 않으니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세력을 만들 수밖에 없다." -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선거결과를 전망한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단정할 수는 없다. 안 원장이 신선한 맛에 지지율이 늘어나고 있는데 막상 출마 결심을 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평가하면 또 달라질 수 있다. 추이를 봐야 한다." "안 원장 의회 들어가서 스스로 커야 지도자 될 수 있어" |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자료사진). | ⓒ 남소연 | | | - 안 원장의 지지도는 높지만 실제 정책추진이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 게 없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안 원장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지지도가 높으니 지금 당장 받아먹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서서 다시 정리해서 가면 오히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원장이 국회의원은 할 수 있는 일이 적지만 시장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그건 정치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 커 나가는 것이다. 청춘콘서트에 가서도 젊은이들에게 정치를 너무 백안(白眼)시 하지 말라고, 관심을 가지고 어떤 사람을 국회로 보낼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그래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안 원장도 의회에 들어가서 자신의 생각을 실현할 세력을 만들고 스스로 커 나가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 - 안 원장이 '야권과 단일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실에 대한 상황 판단을 빠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이 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주민 70% 넘게 참여하지 않은 것은 불신임이나 다름 없는데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승리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어떻게 정치하는 집단이 국민 의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수 있나. 안 원장이 그런 시대 흐름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또 안 원장이 출마해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은 것 같다." -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으면 선거는 어떻게 된다고 예측하나. "뻔해지는 것 아니냐.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면 선거 결과는 간단히 예측할 수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또 한명숙 전 총리를 들고 나오는데 1년 전 낙선한데다 지금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재판으로) 더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다. 만약 안 원장이 출마하고 박 변호사가 안 원장 지지 선언을 하고 사퇴하면 안 원장이 시장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 안 원장을 과거 그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었던 정운찬 전 총리, 문국현 전 사장, 그보다 앞서 박찬종씨와 비교한다면? "안 원장은 정운찬 전 총리와는 전혀 다른 퍼스펙티브(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정 전 총리는 교수 시절, 또 서울대 총장하는 과정에서 너무 과대 평가됐는데 본인 스스로 체계적 준비를 안해 실패했다. 문국현 전 사장은 자기 과신에 빠져서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당을 만들어 출마했다. 박찬종씨도 대선에서 200만 표 넘게 득표한 후 너무 도취돼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출마했다 실패했다. 그런데 안 원장은 그 사람들보다 신중하고 보다 구체적이다. 자기도취에 빠져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인물은 아니다. 주관이 확실하고 누가 저렇게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사람은 아니다. 윤 전 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안 원장이 '내 생각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던데 그런 성격의 소유자다." -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대해서 연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이다. 서울시장감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 일반 대중들이 많이 모르는 게 단점이다. 갑작스럽게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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