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이상득 “선거전패 우려…쇠고기 재개방 미루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거세게 일었던 2008년,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이 6·4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할 것을 우려해 미 정부 쪽에 미국산 쇠고기 공식 수입재개를 선거 이후로 미루자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2008년 5월29일자 주한 미국대사관 기밀문건을 보면, 이상득 부의장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 재개방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부의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금세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곧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6·4 재보궐선거 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면 이 문제가 선거의 주된 이슈가 돼 한나라당 후보자가 전패할 수도 있고 이 대통령에게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문들은 '촛불정국'을 대하는 여권 주요 인사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 부의장은 '쇠고기 파동'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난 10년간 진보적이고 반미·친북적인 지도자들이 한국 정부와 언론을 장악해 온 까닭에 이명박 대통령이 편향된 언론과 잘 조직된 좌파단체들을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함께 배석했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딸이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하며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미국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쇠고기 파동의 근본 원인에 대해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의 "과잉 민주주의"(too much democracy)를 지목했다. 2008년 6월26일 위키리크스 문건을 보면, 박 의원은 같은 달 18일 저녁 제임스 신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한국에선) 민주화 운동이 대단히 빠르게 진척되면서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를 정부와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나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각종 소문과 정보를 공유하며 시위를 확산시키고 있는 현상을 두고 "기술로 무장한 도시 게릴라의 시민 불복종"이라고 표현한 뒤, 이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뉴미디어비서관'직을 다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6월19일 청와대는 김철균 전 다음 부사장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에 임명했다. 이 부의장과 박 의원의 발언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이나 인터넷 통제의 필요성을 느꼈음을 추정케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이 대통령도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16일 대니얼 이노우에(민주당)·테드 스티븐스(공화당) 상원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없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데, 나는 미국산 쇠고기가 (품질이)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지만 쇠고기 소비는 증가하고 있어, 한국은 미국 쇠고기 수출업계에 커다란 잠재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정애 조일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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