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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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금형센터 다시 만든 이유 [2011.08.30. 제876호]
이정훈
[이슈추적] 금형센터 없앴다 만든 LG전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보여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 사이에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인 LG전자는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분기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24.7%)와 삼성전자(20.7%)에 이어 6.9%로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여전하지만, 한때 두 자릿수이던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애플(18.5%), 삼성전자(17.5%), 노키아(15.3%), RIM(11.4%), HTC(10.9%) 등에 이어 5.7%로 6위를 기록했다.

앞선 기술을 버렸다 후회

이런 추락은 오는 11월 경기도 평택에 완공될 금형기술센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금형 기술은 같은 규격의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틀'이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적인 디자인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그 구실이다.

LG는 1957년 국내 최초로 금형실을 설치해 서독에서 금형 제조설비를 도입하는 등 한때 '금형사관학교'로 불렸다. 하지만 전통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끝났다. 1999년 경남 창원에 위치한 금형공장을 분사시켜 LG전자의 금형 전통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이후 외국에서 금형 시설을 수입하는 등 모두 외주화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시절 냉장고, 에어콘 등 가전제품과 관련한 금형 부문을 외주화했지만 휴대전화 부문은 유지했다.

그 뒤 아이폰의 출현은 금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의 유려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탄탄한 금형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며 "애플은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과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뒤늦게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려고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당장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기업들의 산업 기반은 열악해졌고, 그만큼 인적 자원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형업체는 2000년 2290개에서 2008년 1240개로 줄었고, 인력도 3만3천여 명에서 3만1천여 명으로 줄었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의)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없어 30대 초반∼40대 후반이 다수를 차지해 허리가 비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4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금형업계에서 (대기업의) 인력 스카우트 중단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어 이 문제를 심층 검토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쪽과 인력 스카우트 문제와 관련한 합의를 했다. 50명 미만 업체에서는 인력을 뽑지 않고, 50명 이상 기업에서도 2명 이상 뽑지 않기로 조합 쪽과 약속한 것이다. 결국 외환위기 때 내팽개친 금형 기술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진 셈이다.

'B사는 어떻게 하느냐' 매달려

금형 기술은 단견이 회사에 어떤 어려움을 안기는지 보여준다. LG전자의 한 연구원은 "회사의 의사 결정이 'B사(삼성전자)는 어떻게 하느냐' 혹은 '단가 인하를 더 하라' 식으로 운영되는 바람에 주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LG전자 윤재웅 금형기술센터장은 "금형센터를 준비하던 초창기에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해결됐다"며 "향후 새 기술을 선보여 LG전자에서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이나 디자인 보안이 필요한 전략모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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