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 통합 합의문 인준이 부결됐다. 진보정치가 분열을 극복하고 세력 확대를 꾀해야 할 시점에 참으로 유감스러운 결과다.
합의문 부결 처리를 주도한 진보신당 독자파 대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이 쪼개질 때의 문제가 해소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당 뒤 두 진보정당의 실제 활동을 보면 북한 문제에서조차 구체적인 정책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한 화해협력을 우선적인 과제로 꼽기로는 두 당이 마찬가지였다. 그런 마당에 독자파 대의원들이 근본주의적 수준에서 인식 차이를 거듭 따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번 통합 합의문안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여러 세력이 한 지붕 아래서 활동을 함께할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어 의결기구 구성도 두 당과 새로 합류할 시민사회 진영이 1 대 1 대 1로 추천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통합을 거부하고 변방에서 등댓불이나 밝혀두는 식으로 독자 노선을 가겠다고 하면 누가 그것을 알아주겠는가. 그런 초라한 활동을 갖고는 노동자와 민중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논의 과정도 문제다. 진보정치의 앞날이 걸린 중요한 일인데도 대의원 수준에서 논의가 독점됐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토론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다. 그 결과 진보정당 통합 문제가 시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비켜났고, 심지어 이번 결정이 과연 진보신당 당원들의 의사는 정확하게 대변하는 거냐는 의문마저 빚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진보정치 대열을 재정비하는 노력은 이번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해야 한다. 여러 정파와 단체들이 차선의 해법이라도 다각도로 모색해주기 바란다. 특히 진보정당 통합의 필요성과 원칙, 경로 등에 관한 논의를 활짝 개방한다면,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고 진보정당 세력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