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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7

노회찬·심상정 “이정희, 진정성 가져라”- 천관율// 시사인 205호,


노회찬·심상정 “이정희, 진정성 가져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인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을 만났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두 사람은 현실 정치와 진보 진영의 미래에 대해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2011.08.24  08:58:16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단식 30일째를 하루 앞둔 8월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첫눈에도 몸이 축난 것이 확연했다. 두 사람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7월13일부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IN>은 단식 종료를 하루 앞두고 두 사람을 만났다.

노회찬 고문은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도 힘겨워했다. 얼굴 근육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 같았다. 심상정 고문은 8월 폭염에 길바닥 농성을 이어가면서도 팔 토시를 했다. 몸은 더운데 관절마다 뼈가 시려서 이중으로 고역이라고 했다. 악수하는 손에 힘이 없었다.


  
ⓒ시사IN 윤무영
심상정(왼쪽)·노회찬(오른쪽) 진보신당 고문이 서울 덕수궁앞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다. 두 사람은 8월11일 각계 요청에 따라 단식을 끝내고 병원에 입원했다.


배가 고프면 몸도 힘들지만 머리도 뜻대로 돌지 않는다. 한 끼 굶어도 그런데, 한 달 단식이다. 질문을 던지면 답이 돌아오기까지 10초쯤 시간이 떴다. 목소리는 너무 작아 녹음이 제대로 될까 싶었다.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다. 손꼽히는 달변가 노회찬 고문이 얼굴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한참 만에 대답한다. “말하는 게 제일 힘들다.” 한 시간을 넘기면 안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두 가지였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그리고 진보 통합. 마음이 바빴다.


단식이 30일까지 길어지리라 예상했나?

심상정(심)
 :문제가 다 해결될 때까지, 조금 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역대 정치인 단식 사례를 봐도, 일정 시점이 넘어가면 정부에서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노회찬(노)
 :정부가 사람을 보내기는 했다. 천막 철거하는 용역 직원하고 경찰을 보내서 문제지. 오히려 우리가 단식 중에 노동부 장관을 만나러 갔다. 장관의 태도가 전경련 용역 같더라.

서울 집중호우 때도 농성장에 있었나?

 :그때도 계속 농성했다. 비에 천막이 무너지더라. 그래서 일단 옆에 있던 민주노총 천막으로 옮겼다. 그리고 우리 천막을 더 튼튼하게 다시 쳤더니, 그 다음엔 그걸 또 철거를 해가더라. 수재민·이재민·철거민을 한 번에 경험했다.

조남호 회장이 8월10일 기자회견을 했다.

:참 실망스럽더라. 문제의 핵심인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해 책임을 자인하지 않은 것은 국민 우롱이다. 한진중공업은 내가 금속노조 하면서 교섭 책임자를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노동현장 전체에서는 삼성이 ‘악질 자본’ 1위였다면, 금속산업에서는 한진이 단연 1위였다. 임금은 동종 업계의 60~70% 수준이고, 노사 합의 안 지키기로 유명했고, 노조 위원장이 두 명이나 죽었다. 제 버릇 어디 못 주고 필리핀에 가서 그 나라 노동자를 죽이고 있지 않나.

진보 진영이 정리해고를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이 옳으냐는 반론도 나오는데?

:IMF 구제금융 당시 정리해고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이 제도는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구실을 했다. 한진중공업만 봐도 정리해고와 배당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게 무슨 고통 분담인가. IMF 때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게 시대정신이고 공감대다.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사유’가 한진중공업에 어디 있었나. 흑자 기업이 돈을 더 벌기 위한 조처로 정리해고를 인정해주는 잘못된 관행을 행정부와 사법부가 그간 방치했다. 사실 정리해고라는 게 회사의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는 거다. 지금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이 94명밖에 안 되는데, 한진중공업이 그 사람들 월급이 부담돼서 이 난리를 하는 게 아니다.

:이게 정리해고의 상징처럼 되어버려서, 지금은 전경련과의 싸움처럼 됐다.

 조남호 회장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핵심은?


:첫째는 정리해고의 부당성 문제. 다음은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만든 자금 관련 의혹과 조세 포탈 문제. 이게 핵심이다. 한나라당이 자꾸 김진숙 지도위원이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조남호 회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김 지도위원 때문은 아니지 않나. 3·1 운동이 일제 때문에 일어났지 유관순 때문에 일어났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인은 희망버스를 타선 안 된다”라고 했는데.


:정치와 희망버스를 이분법으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특히 한진중공업 문제를 개별 노사 문제로 보는 건 안희정 도지사가 노동 문제에 제한된 인식을 드러낸 것 같아 아쉽다. 법과 제도의 잘못에서 비롯된 부당한 정리해고 문제를 정치 문제로 만들어낸 게 시민이고, 당연히 정치가 받아 안아야 하는 문제다.


30분이 지났을까. 두 사람의 목소리에 오히려 힘이 붙기 시작했다. 발음도 정확해지고 반응도 빨라졌다. 기자의 질문 없이도 주거니받거니 계속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에너지에 도리어 기자가 빨려들어서, 어느새 인터뷰가 치열해졌다.

두 번째 화두. 헛바퀴 도는 진보 통합 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두 사람, 여기서 밥 굶고 있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진보신당이 진보 통합을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할 수 있다고 보는 관찰자는 많지 않다. 당 통합은 대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어떤 설득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경 독자파가 3분의 1은 넘는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을 포함한 통합파에게 불리한 국면이다. 진보신당은 8월 당대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8월 당대회에서 통합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이 중요한 시기에 국민참여당 문제로 두 달을 허비해서 더 그렇다. 지금이라도 민주노동당에서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충분히 통합이 가능하다.

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진보 통합 연석회의의 5·31 합의문을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하는데?

:5·31 합의는 계속 같이 하다가 잠시 떨어진 사람들이 다시 함께하는 데 필요한 걸 정리한 합의다. 한 번도 함께해보지 않고, 때로 대립하던 사람이 같이 하자고 끼는 건 다른 얘기다. 예를 들어 강정마을 해군기지 투쟁을 두고 우리는 민노당과 할 얘기가 없다. 그냥 같이 싸우면 되지. 그러나 참여당은 자신들이 집권할 때 만든 문제니까, 먼저 서로 얘기를 해봐야 한다.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참여당과 함께하는 문제는 진보 정당의 외연 확장 차원에서 다룰 수는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역사를 공유하는 통합 진보 정당을 만들고 난 후에, 그 통합 정당 안에서 논의할 일이다. 처음부터 대통합하자고 두 단계를 섞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원래 진보대통합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을 토대로 해서 최대한 진보 정치력을 모아내자는 기획이었다. 그러므로 다른 세력의 참여 역시 양자의 논의를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갑자기 이정희 대표가 혼자 나서서 참여당 문제를 전면화하는 게 옳은가. 이는 패권적 태도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참여당이 통합 대상인지 연대 대상인지는 통합 진보 정당 내에서 따질 일이지, 이정희 대표의 판단이 그렇다고 해서 강요하는 건 진보 대통합으로 가는 길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시민 대표는 진보 정당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진보가 아니라고 규정하는 것은, 진보라는 이름을 독점하려는 태도는 아닌가?

:정치라는 게 말이 아니라 실천과 결과로 책임지는 것 아닌가. 말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권력을 가졌을 때 실망을 준 것을 말로 상쇄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정치에 대해서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존중한다. 그러니까 공동 실천도 해 보고 과거를 상쇄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은 정동영 의원이 오히려 진보 정치인이다. 늘 최전선에 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정동영 의원이 진보 정당에 함께하겠다고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 의원은 부담을 감수해가면서 몇 년째 몸으로 실천해 보이잖는가. 그런 차이다. 검증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고, 진보 정치인을 지지하는 대중의 판단이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런 분들이 유시민 대표에 대해서 얘기할 때도 “정동영을 봐라”라는 이야기 많이 한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통합 논의에 임하는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진보 통합은 한 개인의 성향·취향·선호도 때문에 바뀔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주어진 과제다. 이정희 대표가 개인의 판단보다 이 논의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이 대표가 진보 대통합에 대해서 좀 더 정성껏 임해야 한다. 유시민 대표와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사적 행보라고 해명하는데, 당 대표의 출판기념회는 가장 고도의 정치행위다. 진보 대통합이 역사성을 통합하는 과정이라는 깊이 있는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 역사성이 공유가 안 되는 것 같아 아쉽다.

안희정, 정동영, 유시민, 이정희…. 인물평이 거침없다. 30일 단식을 정리하는 인터뷰여서 작심을 했던 걸까. 두 사람은 2012년 대선을 두고도, ‘반드시 독자 완주를 하겠다’는 태도 대신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 고문은 장기적으로 양당제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하나같이 진보 진영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다.

민노당 얘기를 들어보면, 진보신당이 8월 당대회에서 통합을 의결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참여당과 통합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8월 의결이 그만큼 중요하니까, 지금처럼 일을 어렵게 만드는 행보를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참여당 문제를 진보신당과 병렬적으로 하면 통합은 더 어려워진다.

8월에 통합안이 부결되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

:우리는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경우의 수를 따져 거취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야 4당이 통합 논의와 연대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개혁·진보 진영이 몇 개 정당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나?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야권 연대를 지지하지만 정당을 뒤섞는 건 반대한다. 당장 한나라당을 꺾어야 하지만, 또한 한국 정치가 장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를 동시에 표한 것이다. 정치 혁신의 중심이 될 진보 정치를 함몰시키는 것은 국민의 요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 소선거구제인데, 이건 양당제가 나오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20년째 다당제를 하고 있다. 정책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두 당의 한계 때문에 빈자리가 생긴 거고, 그래서 다당제가 국민이 선택한 한국의 정치 현실이라고 본다. 다만 이명박 정부를 겪으면서, 한나라당을 꺾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1대1 구도를 만들어 와라, 방법은 너희가 알아서 해라, 이게 국민의 뜻이라고 본다.

:나는 한국 정치가 궁극적으로 삼정립(보수·자유주의·진보 3당 체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 대 보수 대결구도로 전환해가는 교두보로서, 과도적으로 삼정립을 얘기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1대1 구도’라는 국민의 요구는 대선도 마찬가지라고 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충분히 국민의 뜻을 이해하고 있다.

진보 통합에 대한 질문을 할 때는 도저히 한 달을 굶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의 건강을 고려해 인터뷰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은 둘의 에너지에 떠밀려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녹음기를 끄자, 두 사람은 그제야 힘든 티를 냈다. 노 고문은 심 고문에 대해 “생각보다 너무 건강하다”라고 앓는 소리를 했고, 심 고문은 노 고문을 “너무 부지런해서 같이 싸우기 피곤하다”라고 구박했다. 이튿날인 8월11일, 두 사람은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갔다.

2011-08-18

[신동호가 만난 사람]30일 희망단식 끝낸 심상정 “김진숙은 나의 20년 벗”- 주간경향 939호, 2011-08-23.



[신동호가 만난 사람]30일 희망단식 끝낸 심상정 “김진숙은 나의 20년 벗”
2011 08/23주간경향 939호
ㆍ30일 희망단식 끝낸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옆 돌담 밑이 아니라 녹색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인터뷰 장소가 하루 만에 바뀐 것은 심 고문이 당의 결정과 사회 각계 인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 8월 11일 단식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같은 당의 노회찬 상임고문과 함께 농성에 들어간 지 딱 30일 만이다.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대답할 위치에 있고 대답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치인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한진중공업 사태, 난항을 겪고 있는 진보통합 문제, 그리고 위기에 빠진 시장경제를 구원할 진보적 대안과 비전. 링거를 꽂고 응급실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는 다소 무리한 요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는 쾌히 승낙했다.

놀랍게도 그는 환자복만 벗으면 한 달 단식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처녀처럼 살결이 고왔고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데 말 속에 힘이 느껴졌다. 한 가지 단면만 보고도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30일 동안 장기 단식은 처음입니까.“저는 25년간 노동운동 하면서도 단식이나 삭발 같은 건 절대 반대였어요. 자학적인 투쟁이잖아요. 그런데 정치를 하면서 세 번 했고, 길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첫 번째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두 번째는 2009년 울산 현대미포조선 굴뚝농성 사태 때였다. 둘 다 민주노동당 의원단, 진보신당 대표단 등의 일원으로 조직의 결정에 따라 참여한 것이었다. 스스로 단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이 마땅한 저항 수단이 없는 약자도 아닌데, 단식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인데요.“저희가 원내에 있었으면 정치적인 수단을 통해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했을 거예요. 워낙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외에 있는 데다 당도 왜소해서 (이 문제를 정치권으로 가져올) 방법이 없었어요.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거죠.”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을 잘 압니까.“그럼요. 한 22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분이 해고자 신분일 때 만나서 노동운동을 죽 함께 해왔어요. 금속노조에 있을 때는 사업장에 교육을 거의 같이 다니다시피 했어요. 늘 저랑 앞뒤로 나가서 (프로그램 진행을) 했는데, 김진숙씨 앞에서는 저는 항상 가짜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웃음) 그분의 삶 자체를 존경하니까….”

사업장의 내막과 김 위원을 잘 알고 있어서 이번 사태를 남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김진숙씨는 관록 있는 활동가이고, 말씀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거친 분이 아니거든요. 그런 분이 85호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것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개별 노사관계에서는 절대로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거든요. 정치적인 문제제기로 봤기 때문에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 고문이 파악하는 고공농성의 메시지는 8월 18일 국회 청문회 개최로 일단 정치권에 전달된 셈이다. 그는 2003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시절 한진중공업과 교섭을 담당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제가 한진중공업의 교섭대표였는데,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9월 말에 임기를 마쳤습니다. 그러고 7일 만에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85호 크레인 위에서 죽었어요. 김 위원장은 저랑 대의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알던 사이이고 아주 선한 분이었죠. 목매기 이틀 전까지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사무처장 그만두셨지만 계속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했어요. 1991년 박창수 위원장이 돌아가셨을 때도 대책회의나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그 일을 담당했고요. 누구보다 한진 자본에 대해 제가 잘 압니다. 노사합의서를 작성해도 조남호 회장이 ‘노’ 해버리면 원점으로 돌아가거든요. 금속(산별노조)에서 ‘악질 사업장’ 1순위를 항상 차지했던 데였죠.”

김진숙 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 크레인 아래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어떻게든 이 싸움을 받아 안아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뭔가를 분명히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복지 화두가 전면에 제기된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달라지고 분명해졌다는 것이죠. 변화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요구의 중심에는 뭐가 있을까요. 바로 노동문제라는 게 제가 갖고 있는 평소 생각이었어요. 제가 17대 국회에 있을 때 정치권에서 소통이 안 됐던 점은 노동문제를 아주 주변적인 문제로 취급하는 거였어요. 민주노총이 해야 하는데 민주노총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 노조를 지원하는 정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참 답답했습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희망버스는 진보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이 ‘노동간 재분배’ 문제에 눈을 감으면서 대중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개혁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이 매우 크고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일, 노동조직이 스스로 혁신해야 할 일, 시민이나 국민이 시민사회에서 주력해야 할 일, 국민의 의식 변화,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의 모든 격차 문제가 어떻게 노동단체만의 문제입니까. 민주노총이나 대중조직이 정규직 중심의 이익집단에서 사회적 책임을 받아 안아야 될 핵심의 과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치에 있다고 봅니다. 정치권에서 하지 않으니까 시민이 제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가 제기해야 할 아주 중요한 불균형 과제들을 시민이 희망버스를 통해 제기하는 거예요.”

진보정당 통합이 난항을 하고 있습니다. 분당의 요인이었던 이른바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지요.
“새로운 통합정당이 가는 길에 의지를 모으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봐요. 하나는 분당의 원인이 해소됐느냐는 거고요, 두 번째는 진보정치 발전 전략상 반드시 통합이 필요하고,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느냐는 거지요. 하나는 과거의 해소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전략인 거죠. 이제까지는 주로 과거 분당 원인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진보정치의 발전 전망까지를 함께 논의해서 의지를 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는 운동권 정당을 넘어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스스로 혁신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견해들은 국민 속에서 검증되면서 주변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통합의 또 하나 걸림돌은 국민참여당이다. 심 고문은 양 당사자인 이정희 민노당 대표, 유시민 참여당 대표와도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유 대표는 서울대 대의원회 의장이었고, 심 고문은 총여학생회장이었다. 이 대표는 심 고문이 주도해서 만든 총여학생회의 마지막 회장 출신이다.

“진보 양당의 통합문제는 진보 주체를 형성하는 과제이고, 국민참여당은 외연을 확대하는 과제입니다. 유시민 대표도 진보세력과 자유주의 세력의 연합이라고 표현을 했어요. 지금 순서가 뒤바뀌어서 어려움을 겪는 겁니다. 저는 먼저 진보통합에 주력하고 통합 이후에 국민참여당을 포함해서 외연 확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하자, 이렇게 제안하고 있는 중입니다.”

민주당은 통합 대상으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겁니까.“검증되지 않은 정체성을 뒤섞는 것은 당장 총선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대선에서는 별로 유익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통합을 주장하는 사람은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나 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정파등록제 등을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말하잖습니까.“민주당을 포함해서 정당들이 여러 진보적 의제에 다가오는 것은 사실 진보정당과의 연대 필요성 때문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노선 변화를 했다기보다 진보정치 세력의 조력을 구하기 위해서 정책적인 좌표를 이동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한다면 진보정치 세력은 소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 열망을 다 받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지역주의 정당이잖아요. 과거로 통합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을 보수정당으로 보는 겁니까.“많은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국민은 정권을 주었을 때 어떤 정치를 했느냐를 가지고 그 정당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죠. 남북관계나 정치개혁의 측면에서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보는데, 지금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개혁의 측면에서는 거리가 매우 큽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그 어느 정권보다도 재벌 영합적인 수출 위주의 개방화에 의존하는 경제를 지향했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잖습니까. 지금 경제민생 과제가 엄청나게 제기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과감하게 나서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현재 발생하고 있는 민생경제 사안의 선행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한·미 FTA, 뉴타운, 양극화 등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습니다. 대형마트규제법, 무상급식법, 반값등록금 문제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정책 현안들은 17대 국회 때 저희가 다 법안으로 제시했던 것인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반대해서 좌절됐던 거거든요.”

진보진영의 유력한 대권주자 가운데 한 분으로 꼽히는데, 내년 대권에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까.“글쎄요. 나서겠다. 안 나서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이면 좋겠는데, 아직 진보진영 자체가 그 문제를 판단하는 데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저는 진보정치에 무한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저에게 요구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죠.”

같은 여성정치인으로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여성적인 장점을 든다면….“여성정치인이 조직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아주 인정할 만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으로서 어떤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는 건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전형적인 ‘명예 남성형’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대중이 느끼는 여러 희로애락과 고민, 정서, 감수성을 가지고 정책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여성을 많이 봤습니다.”

야권 후보의 경우 유력하게 거론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참여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가운데 진보적 가치를 가장 근접하게 실현할 수 있는 분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민주세력 내에서 후보 경쟁이기 때문에 노선과 정책에서의 큰 차이를 구별하기가 좀 어렵지 않겠나란 생각이 들고요. 다만 진보정치 세력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연대·협력의 의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세계 경제위기와 국내 정치의 ‘좌클릭’ 등을 보면 가히 진보의 시대가 왔다고도 할 수 있는데, 진보정당은 여전히 소수이고 비주류입니다. 진보세력에 뭔가 근본적인 한계라든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지난 10여년간 진보정치가 뿌려놓은 씨앗이 결코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것을 어떻게 묶어 세워서 내년 선거에서 최소한 교섭단체 이상을 확보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에 충실해야 한다, 말하자면 나의 신념보다 진보정치에 의지하고자 하는 대중에게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진보정치가 도약하는 데 있어서 자기혁신의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통합은 진보세력을 결집시킴과 동시에 성찰과 혁신을 이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내년에 교섭단체 확보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299석 중에 20석 가지고 뭘 할 수 있냐 반문하시겠지만, 진보정당이 교섭단체가 된다는 것은 진보적 개혁에 이니셔티브를 준다는 것이고, 정치가 이제는 진보·중도·보수로 삼분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향후에 보수와 진보 노선과 정책 중심으로 정당 구조가 개편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 이후부터는 진보정치가 급성장할 수 있습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정리/이혜련 인턴기자 gerr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