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7

[사설] 양 후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법원장감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어제 끝났다. 결정적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대법원장 후보로서 강한 사법개혁 의지나 식견을 드러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답변 곳곳에서는 사법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드러났다.

그는 사법개혁 문제와 관련해 3심제 심급구조의 조정이나 대법원장 인사권 분산, 판결문 공개 등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 사법부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는 진단이다.

"사람들이 전관예우가 있다고 믿는 게 큰 문제"라는 답변에서 드러나듯이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사법현실에 비춰 그의 인식은 심각하다고 할 정도의 괴리를 보여줬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지적에 "공과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은 상당한 우려를 갖게 한다. 이미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상황이 후퇴했다"는 내용의 현장조사 보고서까지 만들 정도로 인권상황이 퇴보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인권옹호의 최후의 보루여야 할 법원의 최고 책임자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청문회에서 확인됐듯이 그가 농민이 아니면서 경기도 안성 농지를 사들였던 것은 분명한 농지법 위반이다. 현 정부 들어 소위 '3관왕' '4관왕' 등 워낙 불법·탈법 인사들이 많다 보니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대법원장 후보로선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배임사건 무죄판결과 민주노총에 대한 시위피해 100% 배상 판결 등이 상징하듯이 보수 편향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런 시선을 불식하지 못했다. 그는 과거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 기소된 학생들에게 당시의 법에 충실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전형적인 현실 순응형 법관이었던 셈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상징하듯 우리 사법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과연 양 후보자가 과거 판결과 청문회를 통해 보여준 그런 수준의 문제의식으로 이런 불신을 극복하고 사법부가 당면한 막중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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