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유능한 독자라고 생각하나요?"
"유능한 독자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만약 유능한 독자가 아니라면 그 이유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유능한 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한 뜻을 모를 수 있고, 자신이 유능한 독자인지 스스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능한 독자인 이유, 혹은 유능한 독자가 아닌 이유까지 생각하라니 머리가 지근거릴 수밖에. 그런데 놀랍게도 이 질문은 미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한테 묻는 질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냐고? 하지만 이건 실제로 있는 일이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학생들의 독서태도와 독서능력을 점검한다고 한다. 이렇게 유능한 독자인지 아닌지를 묻는 이유는 책을 제대로 잘 읽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약 유능한 독자가 아니라면 그 이유가 무얼까 스스로 돌아봄으로써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10권을 빌려 와서는 하룻밤에 그 책을 다 읽고 척 하니 과제물을 제출하더라는 것이다. 밤새 도깨비나 요정이 와서 숙제를 해주기라도 한 것일까? 한 권을 다 읽어내는 것도 힘든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알고 보니 미국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독서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과제물로 제출해야 할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가 나온 책들을 고르고, 책을 읽을 때 주제와 관련된 지식들을 찾아 읽을 줄 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것을 찾아 읽을지 정해야 하고, 그런 다음에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지식들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필요한 지식들을 찾으려고 책을 펼쳤는데 어디에 찾고자 하는 내용이 있는지를 모르면 안 될 것이다. 친절한 저자는 독자가 찾기 쉽게 글을 쓰지만 어떤 저자는 상당히 복잡하게 또는 난해하게 설명을 하기도 하니까. 그러니 책을 제대로 독해할 줄 알아야 목적 달성을 할 수 있다. 책을 펼쳤는데 잘 모르는 어휘들이 넘쳐나고 무슨 말인지를 모른다면 말짱 헛일이다. 더구나 정해진 시간 내에 읽으려면 빨리 읽기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말이 너무 많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
결국 우리는 유능한 독자가 되어야 하는데, 유능한 독자는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중학생이고 말짱한 지능지수를 갖고 있으면서 중학생 수준의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누가 뭐라고 해도 독자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학생쯤 되었으면 스스로 독자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고 책을 잘 읽어야겠다는 의지와 열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독서에 철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2500년 전의 공자도 "나는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두었다"(吾十有五而志于學)고 말했다. 이는 공자 자신이 열다섯 살 때 공부를 왜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이 책을 읽게 하려고 노력하여도 독자 스스로가 읽지 않으면 유능한 독자가 되기는 정말 어렵다. '자발성'이 없이는 독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책을 읽겠다는 동기와 읽으려는 의지 등을 독서태도라고 한다. 독서태도가 좋은 사람은 책이 조금 두껍거나 지루해도 끝까지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독서태도가 좋은 사람은 스스로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고 열성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진짜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유능한 독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독서태도가 좋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책에 대해 품고 있는 좋지 않은 감정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어려서 부모님이 강압적으로 읽으라고 해서 거부감이 생겼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소리 내어 읽을 때 창피를 당했을 수도 있다. 책이 두꺼워지면서 읽기에 자신감을 잃어서 책과 멀어진 경우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책과 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책의 중요성은 아는데,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이 좋은지 잘 몰라서 망설이는 중일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책과 멀어졌다 해도 지금이라도 좋은 독서태도를 갖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우선, 쉽게 읽을 수 있고 가벼운 책부터 천천히 읽어본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가면서 자신감을 키워가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외모나 미용(스타일)에 흥미가 있으면 연예인들이 쓴 미용에 대한 책부터 읽어보고, 그런 다음 패션이나 디자인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고, 대중문화나 인간 심리에 대한 책도 읽어서 점점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책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 수행 평가의 하나로, 또 입시 서류에 독서이력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 사람과 책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고 싶어서 읽는 사람은 독서하는 태도가 다르다. 이런 말을 하면 '아, 난 책을 무지 싫어하는데 어쩌지? 유능한 독자 되기는 글렀다'고 지레 포기하려고 맘먹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독서태도는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태도'는 마음먹기와 같은 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독서에 천재적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그들도 지속적으로 읽고 또 읽으면서 독서능력을 키웠다.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책을 펼치자.
임성미/독서교육전문가, 저자
■ 나의 독서태도는?
아래의 문장을 읽고 1부터 4까지 점수를 매긴 다음 총점을 내보세요.
1. 나는 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을 만큼 읽기에 푹 빠질 때가 자주 있다.
2. 나는 낯설고 어려운 책을 보면 궁금하여 더 읽고 싶다.
3. 나는 내가 읽은 책이나 글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4. 나는 책을 선물로 받으면 좋다.
5. 나는 학교 밖에서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6. 관심 있는 것이 있으면 그것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다.
7. 내가 좋아하는 저자가 쓴 책은 한 권 이상 읽는다.
8. 나는 책을 읽을 때 기분이 좋다.
9. 나는 책의 저자나 책 속에 나오는 인물과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10. 나에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 나의 점수는 □ 점이다.
점수 계산 방식: 취득한 점수 곱하기 100을 총점으로 나눈다. 즉 총점은 10×4=40인데, 만약 취득한 점수가 36이라면 3600÷40은 90%가 된다. 채점 결과 50% 이하는 낮은 독서태도에 해당하고, 80% 이상은 좋은 태도에 해당한다. 자신의 독서태도가 낮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독서태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알아본다. 주변의 지도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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