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검토 발표로 정치권이 거세게 요동을 치고 있다. 가히 '안철수 돌풍'이라 할 만하다. 그 소용돌이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 정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은, 첫째는 기존 정당들이 변화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기대와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새로운 인물을 끊임없이 갈망해온 우리 정치문화 특유의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이 두 요소가 안철수라는,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인물을 만나 폭발적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그런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새로운 인물의 출현으로 촉발된 태풍이 더욱 미래지향적인 정치 패러다임의 창출로까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분명히 존재한다. 반면에 대중의 열광 밑바탕에는 현대 민주정치의 요체라 할 정당정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내지는 정치혐오증도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특히 안 교수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곳곳에서 '탈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경계할 대목이다. 정당이 상식과 이성을 뛰어넘어 과도한 이념에 매몰되는 것은 피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념적 지표의 필요성마저 부인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자는 이야기와도 같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는 잘 모르지만 행정은 할 수 있다"는 안 교수의 시각도 별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러 궁금증에 답변이라도 하듯이 안 교수는 엊그제 인터뷰에서 비교적 자신의 지향점에 대해 명쾌히 선을 그었다.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며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이런 발언은 그의 정치적 성향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히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안 교수가 야권 내지는 진보진영 전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가 "야권 진영과의 단일화를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야권 후보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그가 최근 서울시장 후보 출마설이 나도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직접 거명하며 '고민'을 표시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이나 지향점은 다소 다르지만 사회에 대한 헌신 등의 면에서는 겹치는 부분도 적지 않아 보인다. 마침 두 사람이 조만간 만난다고 하니 우리 사회와 정치의 발전을 위한 역할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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