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7

“좌파 정치쇼? 한나라당 정신 못차려”

한나라당이 지난 6일 내놓은 '안철수-박원순 후보 단일화' 관련 논평이 당 안에서조차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김기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며칠 간 국민을 혼란시켰던 안철수 파동이 좌파 단일화 정치쇼로 막을 내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강남 좌파', '구태 야합정치인'으로 규정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 뒤 '강남 좌파라는 표현은 너무 격하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홍준표 대표와 의논하고 논평한 것"이라며 "좌파를 좌파라고 하지 뭐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논평이 나온 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품격 없고 오만한 논평이란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7일 라디오에 나와 "자꾸 그런 식으로 공격해서 (상대를) 흠집 내려고 하니까 국민이 볼 때는 한나라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빠져있다고 비난받기 딱 알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식 정책위부의장도 트위터에 "안 교수를 어젠 우파라고 모는 사람들이 있던데 오늘은 좌파라고 모는 사람들이 있다. 내 참. '안 교수를 (그렇게) 까지 마세요'라고 미리 말했는데…."라며 "좌우 편 가르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스스로 앙상해지고 말을 자주 바꿔야 할 텐데"라는 글을 남겼다. 홍정욱 의원 역시 트위터에"(안철수 돌풍을 보고) 정당정치의 몰락에 대해 자성하겠다던 당이 '좌파의 정치쇼'란 논평이나 써대니 걱정"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등 큰 선거나 개각이 있을 때마다 안 원장을 영입 대상으로 거론했다.

한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마치 시장 바닥에서 싸움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너무나 격조 없고 경솔한 논평"이라며 "왜 그렇게 국민이 안 원장에게 열광하는지, 우리의 부족한 점은 뭔지 돌아봐야 할 마당에 이런 논평을 내니 우리가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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