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7

박원순, ‘김두관 모델’로… 민주당선 ‘조순 모델’ 권유- 박홍두// 경향, 2011-09-07, 23:15:10

박원순, ‘김두관 모델’로… 민주당선 ‘조순 모델’ 권유

조순 모델이냐, 김두관 모델이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5)가 어떤 기호를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순 전 서울시장처럼 민주당에 입당해 ‘2번’을 달지,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처럼 범야권·시민사회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뒷번호를 달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앞둔 박 상임이사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박 상임이사는 시민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히고 나섰다. 그는 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기본적으로 시민후보로서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며 “서울시민이나 국민들이 기존의 정쟁보다는 새로운 생활정치, 희망의 정치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후보로 나서되 범야권 단일화 작업에 참여하는 형태인가’라는 물음에는 “그런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의 지지 선언으로 존재감이 커진 시민사회 진영의 대표주자로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상임이사 출마를 지지하는 시민사회 진영도 무소속 출마를 권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 경남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야권 단일후보로 기호 7번을 단 김 지사의 행보가 된다.

민주당은 ‘박원순 끌어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울산시당에서 열린 핵심당원 특강에서 “서울 25개 구청장 중 21개, 서울시의원 80%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이 조직을 활용해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선거운동을 해야 이길 수 있다”면서 박 상임이사의 민주당 입당을 촉구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앞서 “승리하는 길은 2번 후보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이른바 ‘유시민 학습효과’를 거론한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기호 8번을 달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닐 경우 광역단체장 같은 큰 선거에서 조직적인 당 지원을 받거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 힘들어 패배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박 상임이사가 민주당 소속으로 범야권 단일화 경선에 나서거나 늦어도 본선에선 민주당 후보로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박 상임이사로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선 입당 여부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그는 청계천에서 열린 이소선 여사의 노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말했다. 시민후보로 길을 잡되 기호 선택에 대한 고민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것이다.

▲ 조순 모델

야당이 비정치인 후보를 영입해 기호 2번으로 출마시킨 경우. 민주당은 1995년 6·27 지방선거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에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 후보를 내세웠다.

▲ 김두관 모델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미는 사람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경우.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야권 단일화를 이뤄 기호 7번으로 선거에 나섰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1-09-07 21:53:52수정 : 2011-09-07 23: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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