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5

“폐광지역 개발 약속 지켜라” 성난 태백민심 다시 거리로

강원도 태백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1999년 12월 폐광지역 회생 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극한 투쟁을 벌인 끝에 '지역경제 활성화 대정부 합의 5개항'을 받아낸 지 12년 만이다.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안대책위)는 지난 1일 오후 황지동 태백시청 앞 중앙로에서 '태백시민 생존권 수호 대정부투쟁 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에 합의안 이행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현안대책위 소속 지역단체 107곳의 회원과 시민 등 3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중앙로 일대 상가들은 이날 오후 대부분 문을 닫아 현안대책위에 동참의 뜻을 표시했다.

현안대책위는 "태백의 현실은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에 몰려 있으며, 정부 지원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태백시민의 요구를 수수방관하고 기만하고 있는 정부에 맞서, 생존권 수호를 위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무기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안대책위가 '대정부 투쟁'이란 강경한 카드를 다시 꺼내든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2009년 12월 4403억원을 들여 황지동 함백산 일대 47만9900㎡에 조성한 오투리조트가 낮은 분양률과 경영부실 등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현재 태백시는 2900억원대의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인구 5만명의 기초자치단체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또 1999년 12월 합의 이후 시작된 태백시와 정부 사이 '차관급' 대화가 유명무실해지고, 지난해 3월 이후로는 '실무급' 대화마저 중단된 것도 현안대책위가 강경한 대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문근 현안대책위원장(태백시의회 의장)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해서 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 쪽에선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연평도 포격 사건과 구제역 파동, 올림픽 유치전 등으로 참고 미뤄왔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안대책위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는 시 외곽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버스 25대를 동원했다.

앞서 지역현안대책위는 지난달 23일 대정부 투쟁 출정식을 연 데 이어, △3000명을 고용할 대체산업 유치 △강원랜드 폐광지역 균형투자 등 합의사항을 정부가 이행할 것과 한국광해관리공단이 보유한 강원랜드 주식을 폐광지역 4개 시·군에 매각할 것 등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여왔다.

이문근 위원장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45곳에 이르던 탄광이 3곳으로 줄면서, 한때 13만명을 넘어섰던 태백 인구는 5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며 "정부가 합의사항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상경 투쟁 등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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