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용철 변호사에게 "정권교체가 된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소?"라고 물었다. "법대로만 하면 되지." 김 변호사 특유의 카랑카랑한 달변이 이어졌다. "한 가지만 바꾸자면, 조세포탈 시효를 폐지하는 거요. 세금 포탈에 대해서만큼 시효를 가리지 않고 추궁한다면, 이건희, 아주 난처해질 것이오. 이건희의 고미술품만 해도 10조원어치이고, 삼성의 비자금만 10조원이죠. 재벌들의 상속세만 법대로 처리해도 무상급식 재원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런데 어떻게 정권을 교체할 것인가? 우리들은 정권교체의 똑 부러진 해법을 찾지 못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대선은 필패의 길이요, 이 구태를 반복하지 않는 다른 곳에 필승의 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당은 승리의 해법을 '대형 선박의 제조'에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시종일관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선박을 주문하고 있다. 의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자신의 배들을 쇠사슬로 동여매는 연환계를 쓰는데, 그 결과는 처참하였다. 연환계는 제갈공명의 화공전 앞에서 모두 불타 죽는 자살계로 막을 내린다. 나는 민주당의 통합선박은 민주세력과 진보세력 모두를 죽이는 파멸적 연환계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지난 참여정부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민주당이 또다시 정권교체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례'요 '몰염치'다. 민주당은 민중의 비원을 들어보라. 삼성 이건희의 상속세 탈세 사건은 국민의 정부 때 일어난 일이며,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대로라면 참여정부의 정책을 주도한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이다.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그의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던 김주익씨가 크레인 위에서 자결을 한 것 역시 참여정부 때 벌어진 일이다. 이라크 파병, 새만금사업 강행, 강남 아파트값 폭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지난 10년 동안 당신들이 민중의 삶을 괴롭히지 않은 날이 며칠이나 될까?
조국 교수는 "5년 집권해서는 세상이 안 바뀐다. 한 30년 집권했으면 좋겠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낮에는 서민들을 만나고 밤에는 재벌을 만나는 보수정치의 구태만이 아니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우리들의 영웅의존적 사고도 버려야 한다. 인물이 모자라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국정원 최고 정보책임자로 임명하였던 것인가?
정권교체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당신이 나서야만 이룰 수 있다. 조국 교수의 지적 그대로 '우리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100만 개미군단을 조직하자. 이 개미군단은 일당 10만원에 고용된 선거운동원들이 아니다. 도리어 선거자금의 n분의 1을 책임지는 운동의 주체들이며, 1000만 지지자를 결집해낼 초동의 눈뭉치이다. 신념에 찬 100만 개미군단 속에 세상을 개혁하는 우리의 선거운동, 필승의 길이 있다.
의무가 있으면 권리가 있어야 하는 법. 이 개미군단 100만명에게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예비선거의 후보 선출권을 부여하자. 갑, 을, 병 세 예비후보는 집권 후 추진할 사회개혁의 청사진을 제출하고, 선거인단의 지지를 얻는 숨막히는 경합을 벌이도록 하자. 결정은 개미들이 한다. 대통령 혼자 청와대에 들어가선 아무런 개혁도 하지 못한다. 100만 개미군단이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자. 대통령의 중요 정책에 조언을 하는 개미군단, 스마트폰이 있어 수시로 정책을 물을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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