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7

[사설] 늦었지만 다행스런 ‘부자 감세’ 철회

정부·여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 세율 인하를 중단하고, 법인세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은 계획대로 감세하되 대기업은 추가 감세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발생한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매기기로 했다.

당정이 뒤늦게나마 '부자 감세' 철회에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득세·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감세를 추진했으나 혜택이 부자에게만 집중되고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통해 민심 이반을 확인하고 감세 철회를 확정한 바 있으나 정부는 다시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반대해왔다.

부자 감세 철회는 잘못된 정책기조를 더 이상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감세를 철회했다고 하나 경제를 살리고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부담을 늘려야 한다. 재정위기를 겪는 프랑스·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투자 위축을 우려하지만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6.2%)보다 4%포인트 정도 낮기 때문에 근거가 약하다.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과세액이 적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를 증여행위로 규정하고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거래물량에서 30%, 소유지분에서 3%를 빼주고 세수를 추계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세후 영업이익을 과세표준으로 할 경우 한해 예상 세수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대주주 가족이 얻는 막대한 이득에 견줘 세금이 너무 적다.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는커녕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어 보완이 요구된다.

재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은 대표적인 상속·증여세 회피수단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개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9개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일가가 그동안 회사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를 통해 얻은 부의 증식은 8조6393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 방침대로 세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과세할 경우 수증이익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수혜기업의 주식가치 상승분에도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