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장 출마설만으로도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힘이 더해지면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로 박 변호사의 한 자릿수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변호사가 인지도 높은 안 원장과 단일화함으로써 한꺼번에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안 원장을 지지하는 중도층이 선뜻 진보 쪽으로 가지 않았는데, 이 중도층이 움직이면서 20%대로는 금방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원장만큼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의 경우 중도층은 물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호응까지 받고 있는 반면, 박 변호사는 '진보 인사' '범야권 인사'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표의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며 "단일화로 치고 올라가겠지만, 50%를 넘나드는 안 원장의 지지율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특정한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험로가 예상되지만, 박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와의 2단계 단일화를 통해 야권통합후보가 된다면,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안 원장의 지지층에다, 범야권 지지층,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까지 모두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가 야권과 일정부분 거리를 둔 채 당적을 갖지 않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야 거대정당과의 3파전이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범야권을 아우르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선다 하더라도 장애물이 적지 않다.
박 변호사 쪽도 '기호 2번'(민주당)을 달고 야권통합후보로 나설지, 기호 몇 번이 될지 알 수 없는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설지를 놓고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당과 다른 방식과 내용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과, 민주당에 입당해 조직과 경험을 도움 받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박 변호사 쪽 관계자는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당에서 훈련받은 선거 전문가들의 전폭적 지원, 정책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시민후보로 나설 경우 조직보다는 '바람'에 의존해야 한다. 선거 자금 문제도 걱정거리다.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 당장 공식 선거자금과 기탁금 등을 박 변호사 혼자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박 변호사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1995년 당시 민주당이 조순씨를 영입해 서울시장으로 만든 전례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후의 선택은 박 변호사의 몫이다. 박 변호사는 8일 공식 출마선언을 통해 서울시정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