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다음날인 7일에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서울시장 경선을 둘러싼 고성이 오갔다. 최근 연일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서울시장 출마 뜻을 밝힌 천정배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와 당직자들을 몰아세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정동영 최고위원이 천 최고위원을 거드는 일이 반복된다. 당내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비주류 의원들조차도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천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국민참여경선으로 하겠다는 보고를 어제 봤다"며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경악하고 절망하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천 최고의 항의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휴…' 하는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지난 2일엔 "어제 정장선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당개혁특위 위원장직을 내놓는 게 어떠냐고 했다. 손 대표의 지시 아닌가"라고 대표를 겨냥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5일 회의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박원순 이런 분의 영입에 실패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집권하느냐"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정동영·천정배 두 최고위원은 민주당 안에서 먼저 경선을 해서 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통합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한 당직자는 "지역의 당원들은 '어떻게 민주당이 제대로 된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당내 많은 이들이 두 최고위원의 이런 주장 이면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당내 소수파인 두 사람의 무리한 대선행보"라며 "지지율이 미미한 천 최고위원에겐 서울시장 보선이란 돌파구가 절실하고, 최근 현장 행보 속에 진보진영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정 최고위원에겐 진보 색채가 분명한 천 최고위원을 돕는 모양새가 필요해 나오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주류 쪽은 두 최고위원의 행보를 '손학규 흔들기'로 바라본다.
문제제기의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안철수 돌풍'을 통해 기성 정치리더십에 대한 대중적 염증이 확인된 직후에, 국민에겐 계파논리에 함몰된 것으로 비치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그것도 취재진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민한테 보여선 안 될 추태"라며 "지혜를 모으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힘자랑하는 집단분열체제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민주당 울산시당 강연에서 "돌멩이를 앞으로 던져야 하는데 왜 옆으로 던지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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