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현상'이 심상치 않다. 김애란(사진)의 첫 장편 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주말 전국의 주요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집계를 취합해 발표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합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부동의 베스트셀러 (김난도)와 인기 개그맨 김병만의 자전 에세이 다음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뒤 귀국해서 새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신경숙의 (4위)나 영화화의 후광을 업은 공지영의 (12위)보다는 앞선 순위였다. 이 책을 낸 출판사 창비의 박신규 문학팀장은 5일 "은 출간 두 달여 만인 현재 13만부가량 팔렸다"며"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는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 문예지들의 뜨거운 관심 김애란의 소설은 최근에 발간된 주요 문학계간지 가을호에서도 이례적일 정도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세 잡지가 작가가 참여하는 대담을 마련하고 별도로 서평을 실었으며, 와 도 서평과 기획평론 형식으로 이 작품을 다루었다. 문예지들의 이런 '대접'은 가령 비슷한 시기에 나온 황석영의 소설 에 비해서도 두드러지게 호의적인 것이어서 김애란과 이 작품에 대한 문단의 기대와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요컨대 김애란의 은 시장과 평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거머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비결은 무엇이고 이 현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성공 비결은? 은 조로증에 걸려 죽어 가는 열일곱 살 소년 한아름을 주인공 삼는다. 그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낳은 철부지 부모를 위해 그 부모의 사랑과 자신의 출생에 이르는 이야기를 글로 써 남긴다. 무겁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읽게 만드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문장의 리듬감, 그리고 밑줄을 치고 노트에 옮겨 적고 싶은 '어록성' 문장들이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 이 시대 청춘의 상징 조로증에 걸린 주인공이 이 시대의 무력하고 가엾은 청춘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에 쓴 평론 '지금 여기의 비극, 당신의 고통'에서 "조로증은 이 시대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며 (…) 너무 일찍 늙어 버린 세상이 바로 김애란이 보는 우리 사회"라고 파악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지금의 젊은 세대가 아비로 대표되는 의지할 만한 어른이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아비를 걱정해 주는 단계로 와 있다는 것을 김애란의 소설이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비판도 없지 않아 평론가 차미령은 에 쓴 서평에서 "독자들에게는 만족감과 당혹감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김애란의 고유의 개성보다는 대중적인 취향과의 접합점을 우선 떠올리게 할 법도" 하다고 지적했다. 평론가 서희원 역시 에 쓴 서평에서 "약간의 눈물과 적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애잔함, 그리고 키치적 아름다움"을 이 작품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물론 "근래에 읽은 작품 중에 최고"(조강석, 대담)라는 식으로 높은 평가를 하는 평론가들도 비판자들에 못지않다.
■ 잠재력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분이 엄격한 한국의 문학 시장에서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올 초 타계한 박완서를 비롯해 김훈,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등이 수십만부에서 많게는 100만부를 넘나드는 판매량을 보장받는 일급 작가군으로 꼽혔다. 그 아래로는 김연수, 김영하, 박민규, 박범신, 성석제 등 이른바 '2만~5만부 작가'들이 포진해 있었다. 한기호 소장은 "은 지금 추세라면 50만부 정도까지 팔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애란이 한국 순문학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칩으로 자리잡을지 문단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