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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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원순-안철수 후보 단일화의 의미와 과제
한겨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회동이 끝난 뒤 "박 변호사야말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박 이사에 대한 명확한 지지 의사도 표명했다.

그동안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안 교수의 갑작스러운 출마 포기 선언은 다소 뜻밖으로도 여겨진다. 그의 등장에 환호하던 많은 유권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두 사람이 가진 서울시장으로서의 비전과 철학이 어떤 것인지를 좀더 대중들에게 알리고 단일화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크게 보아서는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 결론에 이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 할 두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그들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풍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시 기존의 정치판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모습을 보였다.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지도가 훨씬 높은 안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흔연히 양보한 것은 상당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안 교수가 비록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접었다고는 하지만 '안철수 돌풍'의 의미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갑갑한 정치구조 속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욕구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거부감도 여전하다. 만약 정치권이 안 교수의 출마 포기 선언에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데만 급급할 경우 더 큰 난관에 부닥칠 것이다.

안 교수의 출마 포기로 박원순 이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안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런 안 교수의 바람을 이뤄내야 하는 일은 이제 박 이사의 몫이 됐다. 우선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정정당당히 참여해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직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박 이사의 정책이나 비전이 덜 알려진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박 이사가 안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정신을 제대로 살려나갈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기사등록 : 2011-09-06 오후 0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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