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문턱 높여 변호사시험 수험생 솎아내기?지방대 로스쿨 졸업시험 ‘끙끙’

지방 소재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시험 준비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학교 쪽이 졸업시험 합격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바람에 변호사시험 응시조차 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은 로스쿨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자다. 따라서 올해 2학기에 실시되는 로스쿨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내년 2월에 졸업을 할 수 없게 되면 내년 1월 처음으로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5일 로스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도권 소재 로스쿨들은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졸업시험을 치지 않거나 졸업시험 통과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로스쿨은 졸업시험을 치지 않는다. 한양대와 경희대 로스쿨은 졸업시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험을 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지방 로스쿨은 변호사시험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졸업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ㄷ대 로스쿨은 종합시험을 비롯해 외국어시험과 논문이나 보고서 심사까지 합격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ㅊ대 로스쿨과 ㅂ대 로스쿨은 졸업시험 통과 기준을 다른 학교들에 견줘 10점이 높은 총점 평균 70점과 과목별 70점 이상으로 했다.

이처럼 지방대 로스쿨이 졸업시험 통과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학교 쪽은 변호사시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과 일부 교수들은 학교 쪽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물관리'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즉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실력이 안 되는 학생을 졸업시험으로 미리 가려내, 변호사시험에 응시를 못하도록 해 합격률 수치를 높여보려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 재평가의 잣대로 활용돼, 합격률이 낮으면 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ㄱ대 로스쿨의 한 학생은 "학교가 합격 가능성이 낮은 학생을 졸업시험 명분으로 변호사시험 응시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합격률을 1%라도 올리려고 졸업을 볼모로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북대 로스쿨의 송기춘 교수는 "합격률을 생각해 학생들을 미리 걸러 내려는 의도로 졸업시험을 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오히려 공부를 더 시켜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