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비고시 출신 고위공무원 재정부, 8년만에 ‘파격’

기획재정부에 무려 8년 만에 7, 9급 공채 출신 고위공무원이 나왔다. 지난 2일 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승진한 7급 공채 출신 김승규(56·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국장급인 이 자리는 옛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에 해당한다.

재정부엔 오랫동안 비고시 공채 출신 고위공무원의 맥이 끊겨 왔다. 9급 출신의 이종규씨가 2004년 1급에 해당하는 세제실장으로 승진했지만, 1999년 국세청에서 이미 국장으로 승진한 뒤 2003년 옛 재정경제부로 옮겨온 것이었다. 그런만큼 김씨의 승진은 재정부 내 다수인 비고시 출신들에게 큰 경사이자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59명의 재정부 고위공무원 가운데 7, 9급 공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7월15일치 1면)

김씨는 1980년 국가직 4급을(현 7급)을 쳐서 옛 재무부에 입성했다. 같은해 지방직 4급에 합격해 목포시청에 잠시 근무하기도했지만, 시험을 다시 쳐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재무부 이재국(이후 금융정책국으로 재편)에서 윤증현 전 재정부 장관,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등과 같이 근무했고, 비고시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세제실 산업관세과장을 맡았다. 그는 이때 우리나라 관세를 저관세율 체제로 개편했다. 이후 감사담당관 시절엔 5000원짜리 홀로그램이 잘못 만들어진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재정부 비고시 출신으론 거의 전무후무하게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그와 같이 관세국에서 근무했던 재정부 관계자는 "외압에 굴하지 않는 성격으로, 추진력이 강하다"며 "고시 출신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일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비고시 출신 가운데서 능력을 인정받는 그였지만, 사무관(5급) 승진에 11년, 서기관(4급) 승진에 10년8개월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특히 2007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이후 지금까지 4년여 동안이나 고위공무원 승진에서 배제돼왔다. 그는 최근 연금복권 출시 이후 사행성 논란 등이 불거진 탓인지 맡게 된 업무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임주현 재정부 노조위원장은 "김 국장의 승진은 단순히 한 명의 인사가 아니라, 비고시 출신들에게 큰 희망"이라며 "앞으로 고시, 비고시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똑같은 기회가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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