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5

아프리카서 각광받는 ‘중국 모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매년 중국 베이징의 공산당 중앙당교에 관리들을 파견해 국유기업 경영 등에 대한 중국의 노하우를 학습한다. 알제리, 나이지리아, 잠비아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경제특구 건설에 한창이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학교는 중국어와 유교를 가르친다. 중국 국영기업 안진(안후이건공집단)은 짐바브웨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중국모델'이 각광 받으면서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미 이 2일 보도했다. 국가 주도, 국가의 강력한 정치적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이 미국이 홍보해온 자유시장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의 강력한 대안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차관을 제공하면서 무역자유화, 민영화, 정부 역할 축소, 인권 문제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구와 달리 조건을 달지 않는다는 점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을 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이 2007년부터 40억달러 이상 지원해온 에티오피아는 대표적 사례다.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는 서구의 발전 방식을 '반창고식'(근본적이지 않다는 뜻)이라 비판하며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높이 평가한다.

짐바브웨에선 친중파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반대파들까지 중국 모델을 열렬히 환영한다. 야당 소속이자 미국 유학파인 아서 무탐바라 부총리는 "중국 모델은 서구의 모범을 따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며 "중국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경계감을 느낀 미국은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원조를 의제로 올리며, 중국이 국제기준에 따라 금융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환경과 노동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버트 호매츠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중국이 책임감 있는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며 "국가주도 자본주의 모델이 중국 소프트파워의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됐다. 중국-아프리카 교역액은 1980년 불과 10억달러였지만, 2000년 100억달러, 2010년엔 1140억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은 아프리카 원조의 대부분을 비정부 기구에 지원하지만, 중국은 정부나 정부 관련 기구에 지원한다. 미국은 원조·차관을 받는 국가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 중국은 2일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등에 긴급구호품을 보내는 등 인도적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서구 정부와 언론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지하자원과 시장을 겨냥하면서 노동자를 학대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지만, 아프리카가 '중국모델'의 영향권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는 흐름을 되돌리기엔 힘겨운 모양새다. 지난 3월 왕치산 중국 부총리가 방문해 6억8700만달러의 차관을 추가로 약속했던 당시, 짐바브웨의 웹스터 샤무 공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같은 친구가 있는데, 누가 미국처럼 쇠락해 가는 거인을 필요로 하겠느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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