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에 일정 정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외교정책의 방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던 사실이 5일 위키리크스 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보면, 한 전 장관은 2008년 3월19일 서울주재 미대사관 월례만찬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한달 밖에 안됐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출발이 좋지 않았고, 국·내외적으로 여러 도전에 직면한 반면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한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실용주의가 이념과 감정과 정략에 근거한 게 아니라는 뜻이라면 옳다"면서도 "그런데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가치를 포기한 '슈퍼 실용주의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재경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체 시간의 90%를 에너지 안보에만 할애했는데, 에너지는 민간분야이므로 10% 할애해도 과하다. 북핵문제나 기타 안보문제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다차원적이지 못하고 너무 실용적이어서 전반적으로 방향성이 없고 이는 이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엠비의 실용주의 노선이 한국을 어디로 끌고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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