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향후 선거 야권연대 ‘먹구름’

4일 열린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진영 통합을 위한 합의문이 최종 부결됨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범야권의 통합과 연대 구도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도 앞으로 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당대회 결과가 나온 뒤 진보신당 내 통합을 찬성하는 이들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다"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당대회 시작 전에는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안팎의 아슬아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밑돌았다.

당내 통합파들은 이날 "통합을 택하지 않으면 노동자, 민중들에게조차 진보신당은 고립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대의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반면 독자파들은 "당이 쪼개질 때의 문제가 해소된 게 없으며, 국민참여당 등 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이 아닌 독자적인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독자파의 논리가 그동안 중간지대에서 망설이던 대의원들의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의원 대회 결과로, 지금껏 두 당과 진보적 단체 등이 함께 논의해왔던 틀인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새통추)는 일단 활동이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두 당이 합의해왔던 모든 합의문도 자동으로 폐기된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이날 결과에 대해 "한마디로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을 배제하고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를 곧바로 시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 내부에서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민노당도 과거처럼 다른 야당과 연대 등에 집중하며 향후 벌어질 정치지형에 대한 진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민노당 핵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진보통합 연석회의 등을 통해 이룩했던 통합 논의의 성과를 살리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보통합의 명분을 민노당이 쥐게 된 만큼, 진보통합정당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단체들과 민주노총, 나아가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하는 통합정당을 구상하게 될 거란 분석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내부 갈등을 추스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이날 대의원 가운데 통합에 찬성한 대의원이 54.1%(222명)로 절반이 넘었다. 조승수 대표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더라도 절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독자파가 당을 이끌 명분은 여전히 부족한 셈이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독자파가 통합파에 함께 비대위를 꾸리자고 제안하겠지만 당분간 당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에 찬성했던 노회찬, 심상정 두 고문도 거취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을 떠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민노당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통합진보정당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당의 통합 논의를 지켜보며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참여당은 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진보정당 통합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두 당의 통합 이후 야권 대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민주당 지도부와 '혁신과 통합' 등 시민사회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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