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탈정치의 정치’ 새실험 시작됐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이른바 '탈정치의 정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역시 시민사회 진영 인사다. 범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크게 보아 이 범주에 든다. 이들은 모두 '당적'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간다면 안 원장은 무소속으로, 박 상임이사는 시민후보로 나설 생각이다. 문 이사장도 내년 총선에서 영남을 맡겠다는 뜻은 밝히고 있지만 입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들이 당적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정당 참여를 배제하는 '비정치성'을 통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안 원장이 대표하는 '탈정치'의 특징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탈이념 정치를 지향한다. 안 원장과 절친한 경제계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은 평소 '진보와 보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를 '반한나라, 비민주'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여야 구도와는 다른 제3지대 정치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최근 미국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른바 '리버테리언'들과 닿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는 2006년 이런 리버테리언들이 유권자의 10~20%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기존 진보와 보수의 양극 정치구도를 뛰어넘는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했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트위터·페이스북에서 불고 있는 '안철수 현상'을 빗대 에스엔에스(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치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선 이를 두고 '개념 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 원장은 출마설만 나온 상황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했다. 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GH코리아가 지난 3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원장은 36.7%의 지지율로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17.3%), 민주당 한명숙 전 국무총리(12.8%),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5.0%) 등을 크게 앞섰다.

전문가들도 안 원장의 시장 당선 가능성이 제법 있다고 봤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라고 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안 원장은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김씨는 "보궐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없어 여야가 '안철수'를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당으로서도 세력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김씨는 "그러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제대로 검증을 거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했다. 신율 교수도 "서울시장으로서는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시 내부의 거대한 이익갈등 구조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안 원장을 보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는 이른바 '제3의 후보'가 항상 초반에 주목을 받지만 선거 막판에 지지세가 흐트러진다"며 "오르는 것도 빠르게 오르고, 빠지는 것도 급하게 빠지는 것이 제3의 후보"라고 했다. 여야의 기반과 조직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에 종종 참여하는 김어준 총수는 "안철수에 대해 물어봐야 할 키워드는 출마가 아니라 단일화"라며 "범야권에서 단일화 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그가 받게 될 정치적 상처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탈정당적 정치가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교수는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람 중심으로 가면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치의 '인물' 중심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이태희 김외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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