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5

[Why] [김윤덕의 사람人] '족집게 입시분석가 25년'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Why] [김윤덕의 사람人] '족집게 입시분석가 25년'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news.chosun.com | Nov 30th -0001 "대학 뚫고 하이킥! 빛을 밝혀 드립니다."수시모집이 끝난 20일 서울 노량진 대성학원에서 만난 이영덕 소장이 카메라 플래시를 대학배치기준표에 비추며 밝게 웃고 있다. 독립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곳을 떠 나는 순간 대성학원이라는 백그라운드, 어마어마하게 누적된 입시자료는 모두 사라지지 않습니까.(웃음)"/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국민입시상담가'라는 호칭에 동의하느냐 묻자, 이영덕(54) 소장이 몸살 얘기를 했다. "수능 한 달 전이면 반드시 감기 몸살이 와요. 해마다 빼놓지 않고. '수능병'이죠.(웃음) 오지게 앓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수능 이후 살인적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이영덕의 수첩은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내년 11월8일 이후의 스케줄로 이미 빼곡히 차 있었다. 10일 대구, 12일엔 광주, 서울 찍고 다시 부산, 13일은 서울, 14일은 대구 찍고 울산이다. 대규모 입시설명회 말고도 개별적으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유명인사와 지인들, 예고도 없이 노량진 대성학원 그의 사무실로 들이닥치는 학부모 학생들이 부지기수. 수시모집이 종료된 지난 20일에도 이 소장은,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하며 호소하는 중년남자를 상담해주고 있었다. "요즘은 자식들 대학 보내려고 아버지들이 저렇게 발벗고 뜁니다."

1986년 대성학원에 입사, '대한민국 족집게 입시분석가'로 명성을 얻어온 이영덕 소장의 25년 입시인생을 들었다. 사교육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졸속으로 단행되는 우리 교육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1년 150회 설명회, 별명이 '황소'

―염색은 안 하시나 보다.

"4년 전에 한번 했는데 주위에서 별로라고 해서. 흰머리가 더 잘 어울린단다.(웃음)"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입시 분석하느라 머리가 더 빨리 세는 건 아닐까.

"친구들보다 흰머리가 빨리 나기 시작한 건 맞다.(웃음)"

―입시설명회만 전국에서 1년에 150회 넘게 한다더라.

"별명이 황소다. 밤새워 일하고도 끄떡없다고. 내일 강연 스케줄이 있으면 술은 마시지 않는다. 사적인 약속도 거의 없다."

―25년 동안 최고의 입시 분석가로 건재해온 비결이 뭘까.

"다른 거 안 하고 이것만 들여다보니까. 만날 전국 대학 입시요강만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재벌가 자제들 입학상담도 많이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재벌가든 평범한 집안의 수험생이든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알려드린다."

―원래는 중학교 교사였다. 부산대 사범대를 졸업한.

"중학교에서는 도덕을 가르쳤는데, 교사로서 소질 있다 소리도 꽤 들었다. 젊은 총각 선생이 부끄럼도 없이 여중생들 눈 일일이 맞춰가면서 가르친다고.(웃음) 대학원 가고 싶어 교사자격증 반납하고 서울로 올라온 게 운명을 바꿨다. 학비 벌려고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에 들어갔는데, 입사 첫날 내가 한 일이 전지에다 지난 학년도 전국 대학의 (커트라인) 배치표를 그리는 거였다."

―그렇게 작성하기 시작한 이영덕의 대학배치기준표는 수험가에서 바이블로 통한다더라.

"지금은 워낙 변수가 많은데다, 새로운 학과들이 많이 생겨서 작성하기 매우 까다로워졌다."

―입시분석가라는 직종을 처음 개척했다.

"재수종합반만 운영해오던 대성학원이 새 사업을 시작한 거다. 같은 해 중앙교육진흥연구소에는 김영일씨가 입시 분석 전담으로 입사했다. 지금까지도 서로 경쟁하고, 또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1990년대엔 내 입만 쳐다봤다

―이영덕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건 1994학년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덕분이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에서 이해를 묻는 수능시험으로 바뀐 첫해이니 초미의 관심사였지. 첫해는 수능을 8월과 12월 두 번 치렀는데 지상파 3사가 문제풀이 생방송을 일제히 내보냈을 정도다. 나는 MBC에서 해설했는데 그때만 해도 머리가 까맸다.(웃음) 젊어 보이는데다 경상도 억양이 공격적이니 그게 자신감으로 비친 모양이더라. 물론 해설도 잘했고. 하하!"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입시분석가의 영향력이 컸겠다.

"그때는 김영일과 내 입만 쳐다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에서도 입시 기사는 예고 기사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분석을 시작한 뒤로 오보가 거의 없다고 기자들이 좋아했다."

―정확도는 어떻게 구현했나. 예측이 빗나가기도 할 텐데.

"대성학원 전국 수험생이 매해 9000명이다. 한해 1500명이 서울대와 연·고대에 들어간다. 대학 커트라인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신설학과가 있는 경우 해당 대학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고, 교수진을 만나 프로그램에 대해 상세히 듣는다. 물론 빗나갈 때도 있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없었다."

―원래 말을 잘하셨나.

"농사꾼이던 아버지가 TV 뉴스를 보시면 그걸 다 칼질해서 동네 노인들한테 분석해드렸다. 그걸 닮았는지 잠실체육관에서 1만5000명 앉혀놓고도 거뜬하다. 3시간 동안 청중 지루하지 않게 쉬지 않고 강의할 수 있다.(웃음) 중요한 건 핵심 요약,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 요강을 다 모아놓으면 1000페이지가 된다. 그걸 1시간 동안 핵심만 집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줄로 요약해볼까? 수시는 내신이 좋으면 유리하고, 정시는 수능이 좋아야 한다. 지방대는 내신이 좋으면 유리하고, 서울 시내 대학은 내신에 논술이 좋아야 합격 가능성이 크다."

―일을 굉장히 즐기시는 것 같다.

"선악을 구분할 때 학원을 늘 악(惡)의 영역에 두는데, 나는 좀 억울하다. 저렇게 쳐들어오는 아버지들 봐라. 내가 그 심정을 안다. 우리가 작성하는 배치기준표가 몇만 장씩 인쇄되어 전국 고등학교에 배달된다. 영향력이 있는 거지."

3298가지 전형, 숨이 꽉꽉 막힌다

―지금까지 시행돼온 입시제도 중 언제가 진학 지도하기 가장 까다로웠을까.

"지금 현재. 학력고사나 수능 초창기에는 제도가 단순해서 잣대를 들이대기 쉬웠다. 지금은 전형이 너무 복잡하다. 200여개 4년제 대학이 저마다 실시하는 전형을 다 합치면 3298가지다. 이게 말이 되나. 상담하다 보면 숨이 꽉꽉 막힌다.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계산해 원서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골고루 뽑겠다는 취지 아니었나.

"처음엔 그랬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게 통로를 다양화한다는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내신·수능·논술·입학사정관제까지 다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4중고에 빠진 거지. 아무리 유능한 입학지도 교사라도 내신만 잘해서 대학 갈 수 있다고 말 못한다. 예측 불가능에다 누구도 보장을 못한다. 전국 65만명 수험생이 아침 8시10분까지 고사장에 입실해 죽을 힘을 다해 수능을 치러야 하고, 수능 못볼 것에 대비해 또 죽어라 논술공부 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자녀 한 명 대학 보내보면 우리 입시제도가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절감한다."

―전형이 복잡하다는 게 현재 입시의 가장 큰 문제라는 뜻인가.

"복잡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입시요강이 복잡하니 이것저것 가능성을 다 두고 아이들을 혹사시킨다. 정작 내 아이의 능력이 뭔지도 모른다. 현재로선 서울대 입시요강이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한다. 2종류의 수시와 정시 하나가 전부다. 첫 번째 수시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이라고, 전국 어느 학교든지 그 학교 1등을 뽑는 전형이다. 두 번째 수시는 특기자 전형. 내신이 안 좋아도 특기가 뛰어난 아이들을 뽑는다. 마지막이 수능과 논술로 뽑는 정시. 3분의 1은 내신, 3분의 1은 특기자 전형, 3분의 1은 수능. 얼마나 간단한가."

―입시제도가 50차례나 바뀌었다더라. 가장 합리적이었던 때는 언제였나.

"우리 입시제도는 유행 돌 듯할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자주 바꾼다는 거지. 새 정권이 들어서면 예외 없이 바꾸지 않나. 15년만, 10년만 입시제도를 지속해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엄마가 7년 뒤 대학입시를 예상할 수 있다면 엉뚱한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도 조금씩 좋은 쪽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특유의 역동성이 입시에도 반영되겠지. 학부모들이 불공정은 절대 용납하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개천에서 용 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믿는다."

초등학교 때 '스펙' 쌓기는 바보짓

―2017학년도부터 입시제도가 또 바뀐다. 내신이 절대평가가 되어 특목고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논술 비중이 높아진다더라.

"교육 목적은 좋지만 결과적으로 서울, 강남, 특목고에 유리한 제도가 될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차피 기본흐름은 같다. 국어, 수학, 영어의 기본기만 튼튼히 다져놔라. 초등학교 때 '스펙' 쌓는 건 바보짓이다. 입학사정관제 대비? 쓸데없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건 독서다. 논술이 중요해서 독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해력과 사고력을 키워주니까. 책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 못한다 소리 들어봤나? 다이제스트는 안된다. 요즘 대학들은 그 책을 원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어는 듣기평가의 비중이 계속 높아질 거다."

―상담때 대학보다 전공을 중시한다 들었다.

"서울대 의대 갈 성적이 안되면 연세대 의대로 낮추는 게 아니라 서울대 전자공학과로 지원하니 문제다. 5월이면 재수종합반으로 달려오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함께 직업 탐색을 해라. 가고 싶은 학과의 교수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하면 대학 정문까지 맨발로 뛰어나올 거다.(웃음)"

―현재 재수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가능하면 하지 마라. 올해 수능시험을 망친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재수해도 좋다. 모의고사 성적이 꾸준히 잘 나왔는데 수능에서만 실패했다면 다시 도전해라."

―서울시내 대학과 지방국립대에 다 붙었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뭐라고 답하든 모두 인 서울(in Seoul)로 갈걸?(웃음) 예전에는 지방 국립대가 서울 중상위권 수준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초토화됐다. 특성화시켜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서 가장 잘한 일이 특성화 고등학교 정책이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40%가 안 된다. 대학 가지 않아도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과도한 입시경쟁, 사교육 과열 사라진다. 방송에서 아이유라는 가수에게 왜 대학 안 갔느냐 물었더니, 고등학교에서도 안 한 공부를 대학 가서 하겠느냐며 웃더라. 그래야 한다."

―현실은 초등학교부터 입시를 준비하도록 몰아붙인다.

"관심은 좋으나 쓸데없는 공부로 애를 골병들게 하는 게 문제지. 수능에서 영어시험은 점점 쉬워지는데, 겨울방학 때 토익·토플 점수 올린다고 학원 돌리는 엄마들 보면 한심하다. 내 아이의 성향, 성적, 진학 가능한 학과를 살펴보면서 그를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면 되는 거다."

―엄마의 정보력은 진짜로 중요한가.

"첫째 조건은 뭔지 아나? 본인의 노력이다. 노력 안 하면 아무리 정보력 뛰어난 엄마도 소용없다."

―아이 대학 보내려면 아버지는 무관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수 조언한다는 게 죄다 틀리니까.(웃음) 웃자고 하는 소리고, 아버지가 나서면 아이의 자세가 달라진다. 엄마가 하는 노력의 4분의 1만 기울여도 아버지 효과는 엄청나다. 사회적 경험을 밑천으로 자녀의 진로에 큰 그림을 그려줄 수 있다. 엄마랑 아이는 열심히 입시전략 짜는데, TV 틀어놓고 있으니 원망을 듣지.(웃음)"

―두 아이를 상위권대학에 보냈다고 들었다.

"아, 그 얘기는 안 하련다. 아이들이 질색한다.(웃음)"

Original Page: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23/20111223015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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