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면에서 주도하는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23일 '김정은 체제 인정'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류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 김정은 후계 체제 인정 여부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남북 간 기본합의에 (따라)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돼 있고, 이런 원칙을 여전히 유효하게 갖고 있다"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하거나 그에 상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걸 보고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이며, 지금은 그의 안착(安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류 장관은 이날 북한과 '대화'할 필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국방위원장 사망과 새 지도부 등장을 계기로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잘 잡기를 기대한다"며 "그런 일을 위해서 북측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북한의 안정과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열리는 쪽으로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며 당분간 중단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류 장관의 이런 입장은 지난 9월 통일부장관이 되면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 1990년대 이명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후부터 이 대통령을 알고 지내면서 북한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류 장관과 함께 활동했던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류 장관은 오래전부터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이 옳든 그르든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가져온 지론"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류 장관은 남북 관계는 감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되며, 무엇보다 북 지도부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북을 향해 계속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며 일시적으로 북이 강경한 메시지로 화답해도 계속 유화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류 장관은 이날도 "북한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이 유연한 대북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현인택 전임 장관 때와는 여야의 대응이 바뀌었다. 야권(野圈)에선 류 장관의 정책에 100% 만족하지 않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여권(與圈) 내부에선 반발 기류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류 장관이 대북 유화책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대북 정책의 원칙을 흔들고 있다"며 "류 장관이 전방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을 철회했는데, 그가 지금 하는 유연한 대북 정책의 실상은 '북한에 설설 기는 대북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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