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심 재판에서 정봉주(51) 전 의원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직선거법(250조) 위반죄다. 검찰은 명예훼손죄도 적용해 기소했으나 2008년 1심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고소를 취소하면서, 재판에서 적용할 수 없게 됐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선거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검찰이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이 유포한 허위 사실로 기소한 것은 네 가지 대목이다.
김경준씨의 변호인이던 박수종 변호사가 사임한 이유를 정 전 의원이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거나 구속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는 부분이 첫째이고, 이명박 후보의 측근이던 김백준씨는 '주가조작'에 개입한 일이 없는데도 "김백준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한 게 둘째다. 정 전 의원은 또 "김백준은 김경준과 허위 결별했고, 이명박 후보가 BBK와 관련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검찰이 BBK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경준씨의 자필 메모를 입수한 적이 없는데도, 고의로 메모를 숨긴 것처럼 발표해 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법원은 1·2·3심에서 이 네 가지 혐의 모두 정 전 의원이 유죄라고 판결했다.
선거법이든 형법의 명예훼손죄든 허위 사실 유포자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또 일반적으로 '소문이 그렇다더라' '누가 그런 의혹을 제기하더라'는 식의 구체성 없는 표현은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의원이 이런 '형사 면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1·2·3심 판결문에서 밝혔다. 법원은 "(정 전 의원) 본인도 자기가 의혹을 제기한 사안들에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도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틀림없다' '확인됐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선 정 전 의원 측근들이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또 정 전 의원의 행위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誤導)하고 공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항수 기자 hang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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