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5

중국, 4개국 대사 불러 “북 자극말라” 이례적 요청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처럼 행동하며,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발표한 지난 19일 중국 외교부가 곧바로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개국 대사를 직접 불러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일본 (NHK)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중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외교부 장즈쥔 상무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직후 니와 우이치로 일본대사를 시작으로 4개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며 "장 부부장은 '한반도 정세의 평화와 안정은 중국뿐 아니라 각국에도 이익이다'라면서, 한반도 안정 확보를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중국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주변국 대사에 직접 협력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4개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한편으로 북한에 6자회담 협의 재개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20일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한·미·일·러 외교장관과의 전화회담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관계를 '순망치한'(입술이 사라지면 이가 시리다)으로 표현해온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북한의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자, 한·미·일 등에선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해 북한 새 지도부를 '친 중국화'하려 한다는 경계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5~26일 중·일 정상회담과 27일 한·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어법'을 사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정치·경제적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곧 중국을 방문하려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는 24일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환대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중국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고 국제사회도 인정하는 지도자로 부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중 시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0일 탈상을 하는 내년 4월, 이르면 그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국경지대의 세관이 폐쇄됐다가 48시간 안에 통행이 재개된 것은 북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 24일 분석했다.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로 굳어지면서, 중국과의 상업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득권을 가진 북한 내 일부 국영기업이나 개인이 특별한 이익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기업인 스트랫포는 최근 발표한 '중국의 잠재적 역할과 정책 우선순위'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에 정치·경제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북한의 고립으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자회담에서 중재자로서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며, 중국이 북한에게 '생명줄'이고 북한은 중국 '완충전략'의 주요 요소인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도쿄/박민희 정남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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