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원장 체제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정식 출범했다. 당 안팎에선 탈정치적인 전문가 위주로 비대위가 꾸려진 것을 두고 박 위원장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평이 나온다.
당 안에선 박 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을 통해 '반이명박 노선'을 드러냈다는 평이 나왔다. 김종인 전 수석은 재벌 개혁론자로 알려져 있고, 이상돈 교수는 "비비케이(BBK)는 정권 태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고, 4대강은 최악의 폭정이자 자체가 의혹"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왔다.
친이·친박계를 배제한 채 김세연·주광덕 의원 등 '주변부' 의원들을 기용해 그동안 당을 움직여왔던 세력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과외봉사단체 대표인 26살의 이준석씨와 39살의 김세연 의원은 취약한 2040세대를 고려한 인선인 것 같다.
정치권에선 이번 비대위 구성으로 박 위원장의 1인 지배체제가 공고하게 됐다는 평이 많다. 한 서울 의원은 "비대위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기술이 필요한데 마치 박 위원장의 대선 자문교수단 같다"고 평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치적으론) 아마추어리즘"이라며 "어차피 박 전 대표가 다 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박 위원장의 권력집중을 강화시키고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으로서 운영될 것"이라고 썼다. 일부에선 비대위원들이 대부분 '고분고분한 양떼' 같다는 말도 나왔다.
참여한 외부인사들의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이상돈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정무특보를 했고, 조동성 서울대 교수 역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중동 방문을 주선하는 등 정치권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수석은 민정당에서 2차례, 민자당과 민주당에서 1차례씩 모두 4차례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했다.
화려한 학력을 갖춘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들어 '초호화 엘리트 인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상임전국위에서 전재희 의원은 "서민을 대표할 분이 들어왔으면 좋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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