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7

親盧(한명숙·문성근)·시민단체(이학영·박용진) 등 약진… 손학규계(이인영·김부겸·박영선)·호남(박지원·이강래) 출신 善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끌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의 당 대표 후보가 한명숙·박지원·문성근·이인영·김부겸·박영선·이강래·이학영·박용진 후보 등 9명으로 압축됐다. 26일 '민주통합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 결과 15명의 출마자 중 신기남·이종걸·우제창·김태랑·김기식·김영술 후보 등 6명이 탈락했다.

민주통합당은 내년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9명의 컷오프 통과자 중 6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민노당·시민단체 출신은 통과… 신기남·이종걸은 탈락

당 선관위는 이날 득표 순위는 공개하지 않고 예비 경선 통과자 9명의 이름만 발표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사람은 이학영·박용진 후보다. 두 후보 모두 입당한 지 며칠 안 된 사람들이다. 시민통합당 쪽 중앙위원들(300명)이 문성근 후보와 함께 이들 두 명을 지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59)는 지난 30여년간 한국YMCA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 활동을 해온 'YMCA의 대부'로 통한다. 출마 후보 중 가장 젊은 박 후보(40)는 민노당 대변인 출신으로 특별한 지지세력 없이 예선의 벽을 뛰어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김기식 후보는 시민통합당 출신 중 유일하게 탈락했다.

가장 큰 '이변'은 8년 전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었던 정동영 전 최고위원계의 퇴조다.

열린우리당 당의장까지 지낸 신기남 후보와 정동영계가 유일하게 지지했던 이종걸 후보가 낙마한 것이다. 친노(親盧)그룹은 한명숙·문성근 후보를 무난히 당선시켰고, 이인영·김부겸·박영선 등 친손학규계 후보도 컷오프를 통과했다. 박지원·이강래 두 호남 출신도 본선에 진출, 전통 지지층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등은 한명숙 후보가 차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옛 민주당 쪽 중앙위원(462명)들로부터 250표가량, 시민통합당 쪽에서도 100표 이상 얻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 박지원·문성근·이인영·김부겸 후보 등이 상위권에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투표에는 중앙위원 762명 중 729명이 참석, 95.7%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행사장에는 투표권이 없는 일반 당원도 상당수 참석해 붐볐다. 민주당 관계자는 "10년 전에 여의도를 떠난 사람들까지 눈에 띈다"며 "통합으로 경선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했다.

◇한명숙 대세론 유지될까

다음 달 15일 치러지는 본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한명숙 대세론'의 유지 여부다.

한 후보는 이날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의 기본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의 원칙을 배웠다"며 "두 사람의 정신을 담아낼 그릇이 바로 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력 경쟁자인 박지원 후보는 '친노 견제론'을 내세워 한 후보 대세론에 도전하고 있다. 박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합쳐져야 민주통합당의 미래가 있다"며 "어느 한 세력이 당권을 장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인영·김부겸 후보는 "20~40대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면 당의 얼굴부터 바꿔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60대 후반인 한 후보와 박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6명에 친노 및 시민단체 출신이 몇 명이나 들어갈지도 관심사다. 지도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손학규·문재인·정동영·정세균 등 대선 주자들의 당내 입지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본경선은 대의원 30%, 당원·일반시민 70%의 비율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현장 또는 휴대전화 투표로 치러진다. 민주당은 28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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