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9

[사설] ‘종편 특혜’ 미디어렙법안 두번 손들어준 민주당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과 엊그제 잠정 합의했던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타협안이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 다양성을 크게 해친다는 비판이 높자 재협상 방침을 정했다가 하루 만에 180도 방향을 튼 것이다. 제1야당의 행보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락가락이고 무원칙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민주당이 합의해준 미디어렙법안은 미디어렙의 근본 취지와 거리가 너무 멀다. 미디어렙은 방송과 광고의 직접 연결 차단이 근본 목적인데, '조·중·동 종편'에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2년 유예하는 것은 이 대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게다가 방송사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을 40%까지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광고 직거래의 길을 터주는 것과 같다. 특정 방송사가 40%나 지분을 보유한 미디어렙은 이 방송사의 '광고국'과 다를 바 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종편은 영업에 날개를 달아 여론시장을 더욱 보수화시킬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게 뻔하다.

민주당의 고충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온갖 특혜와 편법으로 종편을 탄생시킨 한나라당이 배 째라 식으로 버티는 상황에서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을 경우 무법천지가 될 방송 광고시장을 염려했을 것이다. 당장 어려움에 빠질 종교방송 등 군소매체의 처지, 의 미디어렙 강행으로 빚어질 지상파의 공공성 파괴 등도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되새겨야 할 것이 바로 원칙이다. 미디어렙법안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의 근본 원인은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괴물 종편'의 탄생에 있다. 지상파가 독자적인 미디어렙을 만들려는 것이나, 군소매체의 위기 등은 모두 여기에서 파생됐다. 따라서 종편 특혜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혼란을 정리하는 올바른 길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해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볼 때 진정성과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미디어렙법안을 둘러싸고 철학과 비전의 부재를 여실히 노출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법안 처리 시한을 조금 늦추더라도 그 내용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입법 공백 해소와 광고시장 혼란 방지가 시급하다고, 후환이 남을 게 분명한 잘못된 법안을 만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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