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2년보다 최근 1년 반 동안 더 많이 변했다."
1997년부터 올해까지 의료봉사를 위해 23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연세대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에 가보니, 지난 20년간 뼈대만 앙상한 채로 서 있었던 평양의 105층짜리 류경호텔이 유리창도 씌워지고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됐더라"고 했다.
지난 5월 닷새간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평양 거리 곳곳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여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평양 거리는 밤이 되면 어두컴컴했는데 거리에 가로등도 거의 다 들어와 있었고 네온사인도 보였다"며 "신의주와 평양을 잇는 비포장도로변에 빨간 신형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의 원인에 대해 "중국과의 무역으로 북한 내에 돈이 좀 도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인 소장은 지난 5월 만난 리용호 외무성 부상에 대해 "솔직한 사람이었다. 북핵 얘기 나왔을 때 그는 '미국이 우리를 먼저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핵무기로 우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리근 외무성 북미국장에 대해서는 "논리적이었다"고 평했다. 인 소장은 당시 미국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그레타 반 서스터런(Susteren)과 함께 방북했는데, 그즈음 폭스뉴스에 북한의 마약 거래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었다고 한다. 인 소장은 "리근 국장은 우리를 만난 자리에서 폭스뉴스의 보도내용에 대해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인용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전혀 흥분한 기색이 없었다"고 했다.
인 소장은 김정일 사망과 후계자로서 김정은의 부상이 남북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을 이끌어 갈 김정은과 북한 신세대는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있고, 컴퓨터 등 통신기기에 익숙하다"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희망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미 국무성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보니 중국과 일본은 각각 국무성의 한층 전체가 담당하고 있었으나 북한 담당관은 1명밖에 없었다"며 "북한에 대한 이해 정도도 거의 '북한 사람은 발효 배추(김치)를 먹는다'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중국 동포와 탈북자들도 잘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 소식을 주로 접하는 곳은 탈북자와 우리나라에서 일했던 중국 동포들"이라며 "이들이 '남한은 잘 살지만 너무 각박하다'고 북한에 전한다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 소장은 "올해 중동을 휩쓸었던 민주화 운동을 북한 사람들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는 알더라"면서도 "별 동요는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살아서는 아무리 적대관계였어도 장례식에 가면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이 용서되고 선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한국의 정서"라며 "한국 정부의 조문(弔問)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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