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중국 최고외교관, ‘판다’

"판다 두 마리만 빌려주십시오."

25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요청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센다이의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두 마리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노다 총리는 "지진 피해지역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협력을 요청한다."라고 간곡히 말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센다이시의 어린이에게 (그런 요청을 담은) 편지를 이미 받았다."라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해 사실상 대여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9월 센카쿠 열도 충돌로 서먹해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판다가 또 한 번 큰 구실을 하게 됐다. 는 "판다가 내년에 일본에 전해지면, 중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3년 전 기르던 판다가 죽은 도쿄 우에노동물원에 지난 4월 중국에서 빌린 판다가 새로 도착했을 때도 일본인들은 판다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중국은 1957년 옛 소련에 판다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외교상대국과 관계 강화에 판다를 활용했다. 받는 나라는 귀여운 희귀동물인 판다를 중국의 외교사절처럼 대우해왔다. 지금은 중국이 돈을 받고 빌려줄 뿐이지만, 받는 쪽은 중국이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판다를 1년간 대여하는 데는 운반비를 포함해 260만 달러(약 30억 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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