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이른바 '박근혜 예산'을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굳은 의지'와 정부·여당 내부의 현실론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걸어왔고, 최근 △취업활동수당 신설 △대학등록금 및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당 정책위는 지난 19일 박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이들 예산 확보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당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취업활동수당 신설이다. 이는 청·장년층의 구직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기간 월 30만~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장기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실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나라당은 29살 이하 청년층 9만여명에게 약 30만원, 49세 이상 장년층 16만여명에게 약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4개월간 수당을 지급할 경우 연 4천억원 가량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의 한 의원은 25일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실업 문제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고,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규 예산을 어떻게 (여야 예산안 처리 합의 시점인) 오는 30일까지 밀어 넣느냐"며 "또 가정주부나 유학생들도 취업활동수당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칫 취업활동이 아니라 실업자양성 수당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제도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서 내년 4월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정책위는 이런 점을 들어 박 위원장에게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와 근로장려세제 강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 금리 인하는 정부가 재정 형편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안에 대한 고위 당·정·청 회의가 25일 오전에서 26일로 미뤄졌다가 다시 연기됐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실무적으로 조율을 다 끝낸 뒤 다시 당·정·청 회의를 열겠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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