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푸틴 규탄 수만명 시위대 모스크바 모여

러시아 정부의 부정 선거를 규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 만명 시위대가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스크바를 가득 메웠다.

미 CNN은 매서운 한파에도 수 만명의 시민이 24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여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이달 4일 열린 러시아 총선에 온갖 부정이 개입됐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10일 시작됐다.

이날 시위는 경찰 추산 2만5000명, 주최 측 추산 5만명 이상이 모였다. 경찰은 시위에 대비해 2만9000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주최 측은 푸틴 정부가 동원한 경찰은 이보다 몇 배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가 구(舊)소련 체제 붕괴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시위라는 사실은 러시아 경찰도 인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시위대는 부정 선거를 규탄하면서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쳤고 수 십명의 시민이 구금됐다.

또한 이번 시위에는 푸틴이 콘돔을 목도리처럼 두른 합성 사진도 등장했다. 푸틴이 최근 벌어진 시위를 "에이즈 예방 캠페인인 줄 알았다"며 시위대를 폄하하자 시위대가 푸틴을 조롱하기 위해 콘돔을 두른 푸틴의 합성사진을 만들어 피켓으로 사용했다.

푸틴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러시아 전역에서 커지고 있다. 심지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도 푸틴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재임 때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고르바초프는 현지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총리는 지금 물러나야 한다"며 "푸틴은 이미 대통령 두 번과 총리 한 번 등 세 번의 임기를 마쳤다. 세 번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10여년 전 푸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자신의 결정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러시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시위에도 연사로 참석했다. 고르바초프 외에도 작가 보리스 아쿠닌, 반체제 변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이 연사로 나섰다.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서 푸틴을 몰아내고자 앞으로 100만명의 시위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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