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사설] '再建 노무현당', 제주기지·FTA 반대 설명 있어야

민주당과 친노(親盧)가 재결합한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이 26일 실시된다. 이날 9명의 당권주자를 추린 뒤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를 선출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친노 쪽 한명숙 전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역시 친노인 배우 문성근씨도 선두권(先頭圈)에 있다. 또 당 통합 과정에 대해 여러 문제 제기를 했던 김대중 계열은 대부분 하위권(下位圈)에 처져 있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의 출범은 '재건(再建) 노무현당'의 정계 귀환(歸還)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충남지사는 2007년 12월 대선 직후 "친노라고 불려온 우리는 폐족(廢族)"이라며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을 뜻한다. 그랬던 친노가 작년 지방선거 때 충남·강원·경남지사를 배출했고, 이번엔 제1야당 지도부를 거머쥐어 재집권에 도전하고 있다.

친노 진영의 이런 부활은 그들이 옛 잘못을 용서받고 그걸 토대로 정치의 새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4년이 국민의 공감(共感)과는 담을 쌓고 산 세월이었기에 "지금보단 차라리 그때가 나았던 것 같다"는 요즘 분위기 덕분이다.

자기가 잘해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한 덕에 되살아나곤 하는 것이 한국 정치가 가진 큰 특징이긴 하다. 그렇다곤 해도 친노 스스로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할 처지'라고 했다가 정치권에 돌아오려면 '그때 그 죄과'에 대해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몇 마디 언급하는 게 순서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2개의 국정조사와 4개의 특별검사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국민도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또 있다. 수상한 돈 '600만달러+α'가 노 전 대통령 일가족과 측근에게 전달된 배경, 그 돈의 용처를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으로 급작스레 덮게 된 박연차 비자금 수사 내용 역시 궁금하다. 노무현 세력이 다시 정치를 하려면 자기네들이 받들어 모시던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그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입장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이 임기 중 "진보진영의 개방 반대 예측은 모두 틀렸다"며 한·미 FTA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2007년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부지로 결정됐을 때 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요소"라고 했다. 그렇다면 친노 진영이 대선주자로 밀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노무현 정부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사과하고, 노 전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했던 사람들이 FTA를 '매국'이라 부르는 데 대한 친노의 입장 설명이 필요하다.

친노가 스스로 폐족이라 부른 지 4년 만에 정치무대로 금의환향하겠다면 최소한 절차는 밟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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