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野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로 부산 상륙작전… 與, 朴風(박근혜 바람)과 물갈이로 방어작전

[野 "내년 총선 10석 이상 목표"]

조경태·김영춘·최인호·전재수 등

친노 인사들 대거 뛰어들어

안철수·박원순·조국 지원도 기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져온 부산에 야권의 대규모 상륙 선단이 뜨고 있다. 벌써 지역구별 출마자 라인업이 짜여가고 있으며, 유력 인사 설득작업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진보신당 등 진보계열과의 선거 연대를 통해 10명 이상을 당선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김정길 전 전 행자부장관은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출마를 선언한다. 사상구에 출마하는 문 이사장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다. 문성근 대표는 노사모 대표 출신임을 내세워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수차례 출마했던 북·강서을에 도전한다. 김 전 장관은 작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44.6%를 얻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진을에 도전한다.

민주통합당에선 세 사람의 이름을 묶어 '문성길'로 부르며, 부산 선거의 아이콘으로 띄우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부산에서 '야당 신드롬'을 일으킬 선봉대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사하을)과 김영춘 전 의원(부산진갑),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사하갑),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남을), 전재수 전 청와대 2부속실장(북·강서갑) 등 친노 인사들도 대거 뛰어들었다. 여기에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부산남갑에 나서기로 했고, 박영진 전 경남경찰청장과 민홍철 전 육군 법무감이 김해갑에서 준비하는 등 관료 출신들의 합류도 눈에 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각각 해수부장관을 했던 김성진 한경대 총장과 오거돈 해양대 총장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인 김석준 부산대 교수(해운대·기장을) 등 진보계열 출마자들과의 교통정리도 관심거리다.

야당의 부산 공략은 과거처럼 유력 인사의 단기필마가 아니라 선단을 띄우듯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의 강한 '반(反)한나라당' 정서 및 높은 현역 교체지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문 이사장 외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이 지역 출신들이 직·간접 지원에 나서면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김두관 경남지사도 적극 나설 태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이 지역에서 선전했다"며 "야권 내 PK 지역의 상징적 인물들이 대거 나서는 만큼 10석 이상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與 "교두보 절대 허락 못한다"]

김형오·현기환·장제원 불출마

저축은행 구제법 연내 통과시키기로

부산·대구 아우를 신공항 대책 준비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과 상당수 주변 지역구가 야권(野圈)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몇 의석이라도 빼앗기면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 '박근혜 바람'과 인물 쇄신, 저축은행 보상법 같은 '달래기 정책' 카드 등을 총동원해서 조기에 불을 끄겠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측 의원들은 "부산에서 민주당에 교두보 1~2개를 허락하게 되면 이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10석 이상을 빼앗기는 것 이상의 치명상이 될 수 있다"며 "집권을 위해서는 부산 전투에서 반드시 완승(完勝)을 거둬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준비하는 첫째 전략이 대대적인 쇄신 공천이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미 당내 불출마 선언을 주도하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8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초선인 현기환(부산 사하갑)·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지역구를 내놓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인근인 경남 양산의 박희태 국회의장도 불출마 선언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산 지역 한 중진 의원은 "부산 의원은 누구든 불출마 또는 교체 대상이라는 각오"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 바꾼다'는 작전은 아니다. 친박 핵심 의원은 "문성근씨가 대중성을 무기 삼아 어떤 지역구에 나온다고 하면 그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인물, 예를 들면 '외지(外地)인' 대 '고향 인물' 구도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럴 때는 반드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부산 의원들은 "친이·친박이 화합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공천"도 주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부산 민심이 흔들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던 부산저축은행과 동남권 신공항 대책도 준비 중이다. 이달 중에는 국회에서 '저축은행피해구제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한 중진 의원은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아우를 수 있는 신공항 계획도 지금 준비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26 재·보선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보여준 '박근혜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재·보선 초반에 '열세' 기미를 보이던 부산 동구청장과 경남 함양군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 인선과 정기국회를 마치면 적극적으로 지방 순회에 들어갈 계획이며, 부산 지역 주민과 우선적으로 소통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 기자 vegaa@chosun.com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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