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6

黨政靑회의 취소시킨 朴… 친박선 당정회의 폐지론도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으로 당·정(黨·政) 관계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당초 2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에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자 여권은 회의 자체를 일단 취소했다. 박 위원장과 친박은 '이명박 대통령과 인위적인 단절을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당·정·청 회의 취소를 "'박근혜 한나라당'이 지난 4년간 이어져온 당·정 관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정·청 회의 취소되기까지

지난 23일 밤 정부는 박 위원장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당에 제안했다. 26일 잡혀있던 해양경찰 지원 당정 협의를 확대 개편해 김황식 총리와 하금열 대통령실장,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해 내년 예산안 처리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부수 법안 등 각종 쟁점 사안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박 위원장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봤지만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도 안 된 상태에서 박 위원장이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절의 뜻을 그날 밤 바로 전했다. 그래서 26일 회의는 박 위원장이 빠지는 대신, 황우여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25일 오전엔 당·정은 협의를 통해 "26일 회의는 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취업활동수당 신설,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 등 당에서 요구했던 '박근혜 예산'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데 박 위원장이 빠져버리니 논의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정부는 당의 복지 예산 증액 요구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원래 예정대로 박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면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일단 회의 자체를 없던 일로 했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MB와 당정 관계 구상은?

이런 상황은 홍준표 전 대표 때 시작됐던 친박 측의 '수정예산 편성에 준하는 복지 예산 확대'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친박 측은 서민층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복지 예산 확대를 '이명박 정부와 정책 차별화'의 중심에 놓았고 박 위원장의 전면 등장 이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원 인선 이후 체제가 갖춰지면 그런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예산과 정책 문제를 넘어 박 위원장 측에선 좀 더 근본적인 당·정 관계 재정립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친박 중진은 최근 박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으로서 이 대통령과 만나는 정례 회동이나 당·정 회의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중진은 "이 정부의 지난 4년 동안 당·정 관계는 청와대와 정부 요구를 당에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당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머물러 왔다"며 "박 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이 이 관행을 답습해선 안 되며, 당·정 회의 자체를 없애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는 총선·대선이 예정된 만큼 정부가 이젠 국회의 창구로 여당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여와 야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즉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 중진은 전했다. 어찌됐든 지난 4년과 같은 방식으로 당·정 관계를 이끌어 갈 수도 없다는 게 친박 쪽 분위기다. 한 의원은 "당·정 관계 재설정 문제가 자칫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수평적 협력 관계로 만드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당·정 관계 고민의 핵심은 결국 '이 대통령과 관계 설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최근 이재오 의원 등 친이 핵심까지 안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친박 최경환 의원은 "박 위원장은 다소 마찰이 있더라도 정부와 협의를 통해 관철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앞으로 당·정은 오히려 더 자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변화를 보여주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오늘 비대위 위원 발표할듯

한편 박 위원장은 이르면 26일쯤 당내·외 인사 10여명이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비대위원을 임명하게 될 상임전국위원회를 "27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조의준 기자 joyjune@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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