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정우야. 오늘은 엄마가 마음 한편으로는 너를 이렇게 이 세상에서 살지 못하게 한 우리의 원흉 김정일의 사망소식에 기쁘면서도… 몇년만 빨리 김정일이 사망했다면 정우 네가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건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안타깝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51)씨가 김정일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9일 저녁 아들의 미니홈피에 편지를 남겼다. 서 하사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휴가를 받아 인천행 여객선에 탑승하려다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해병 부대로 자진 복귀하던 중 파편에 사망했다. 서 하사는 숨졌지만 미니홈피는 그대로 남아있다.
어머니는 편지에 아들을 죽인 원흉에게 느끼는 분노와 아들을 향한 끓는 그리움을 담았다. 김씨는 "하늘나라에 영혼이 있다면 네가 너무 기뻐할 것 같다"며 "이젠 세상의 억울함을 내려놓고, 못다 한 꿈과 소망을 이루길 바란다"고 썼다.
어머니는 이틀 후인 지난 21일 또 다른 편지를 남겼다. 여기엔 김정일에 대한 조문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 있다. 김씨는 이 글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연평도, 천안함 당시는 조문은커녕 위로의 말 한마디 안 하던 사람들, 북한 눈치 보면서 한 마디도 안 하던 사람들이 김정일 죽음에 조문하는 게 도리라고 한다. 너도 억울하지? 우리가 억울하게 희생할 때는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지 않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상혁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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