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9

한겨레 올해의 책 2010 국내서



[한겨레 올해의 책] 먹구름 세상 헤쳐나갈 ‘힘’을 얻다
한겨레
» [한겨레 올해의 책] 먹구름 세상 헤쳐나갈 ‘힘’을 얻다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국내서]
해가 저문다. 2010년은 우리 마음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외상을 남겼다. 천안함 침몰 이후 연평도 포격까지 한반도를 드리운 먹구름은 60년 만에 찾아온 일촉즉발 전운이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국토에 새겨진 외상은 굵고 깊었다. 출판시장을 휘감은 한파의 수은주는 오를 줄 몰랐다. 몸도 마음도 떨었다. 그러는 중에도 사람들은 책에서 온기를 얻고 용기를 얻으려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수많은 독자들이 정의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인문서들을 읽으며 현실을 견디고 미래를 밝힐 힘을 충전한 것은 올해 불황의 출판계가 거둔 값진 소득이었다. 우리 공동체가 마냥 낙담만 하고 있을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조용한 사건이기도 했다. 지난 한해 출판의 정신을 높이고 독자의 공감을 부른 책들을 국내서 10종, 번역서 10종으로 나누어 골라보았다.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 선정 작업에는 김명남(과학책 번역가)·이권우(도서평론가)·정혜윤(<시비에스> 피디)·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씨가 참여했으며, <한겨레> 책·지성팀 한승동·최재봉·허미경·고명섭·최원형 기자가 함께했다. 완성도 높은 책들이 많아 선정 작업이 예년보다 훨씬 치열했음을 밝혀둔다.
‘나쁜 자본주의’ 그들을 고발한다

»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김희정 안세민 옮김/부키·1만4800원

연말 독서계를 달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신자유주의 비판서의 새 버전이다. 부자나라들 노동자 임금이 높은 것은 그들의 생산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인가? 마찬가지로 일반노동자의 수백배 봉급을 받는 경영자들은 그만큼 기여도가 높기 때문인가? 모두 ‘아니오’다. 이처럼 누구나 궁금해할 23가지 의문점들을 적절한 비유와 사례들을 동원해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장 교수의 다른 저서들의 동반판매까지 부른 이 책에 대한 인기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에 지친 한국 사회 저변의 의식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도 읽힌다. 한승동 선임기자

김대중, 기록으로 우리곁에 남다

»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자서전 1·2 〉
김대중 지음/삼인·5만5000원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 인물로 기억되는 정치인. 별달리 신선할 것도 없는 전직 대통령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대중 자서전>은 ‘우리 헌정 선거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뤘으며, 독재와 개발·성장 논리만이 횡행하던 한국 정치에 ‘민주주의의 발전’을 전면에 표방했던 정치인 김대중(1924~2009)의 기록이다. 보수층으로부터 지역주의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들었으되, 역설적으로 한반도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지역주의, 곧 ‘남북 대결 지역주의’를 깨뜨리고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놓은 정치인이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독도문제’의 원흉은 미국이었네

» 독도 1947
〈독도 1947〉
정병준 지음/돌베개·5만원

일본이 자국령 다케시마라 주장하며 분쟁 대상화하려는 데서 비롯된 ‘독도 문제’를 2차대전 이후 전후 처리 과정을 주도한 미국의 전략적 계산 때문에 파생된 국제정치적 문제라는 참신한 시각으로 접근한 역작이다. 패전국 일본을 동아시아 냉전 교두보로 삼으려던 미국이 전범국 일본에 대한 전후 처리방향을 징벌적 개조에서 시혜적 개조로 선회하면서 일본 우파들 주장을 받아들여 모호한 자세를 취한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런 사실을 딘 러스크 미국 국무부 극동담당차관보 이름의 통보문 등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찾아낸 방대한 사료들로 치밀하게 논증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리영희의 진실추구는 현재진행형

» 리영희 평전
〈리영희 평전-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책보세·2만8000원

한국전쟁과 군부독재 등 어두컴컴한 동굴과도 같았던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펜 한 자루로 어둠을 밝혔던 리영희 선생이 지난 12월5일 세상을 떠났다. <리영희 평전>은 리 선생이 타계하기 직전에 출간돼 고인과 함께 관에 들어갔다. 분단현실을 악용해 사익을 챙겨온 지배 세력들은 리영희를 ‘빨갱이’로 만들지 못해 안달했지만, 그는 ‘진실 추구’라는 단 하나의 대원칙에 충실해 모든 우상들을 박살냈다. 현 정권을 ‘미국의 노예정권’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한 마지막 인터뷰를 포함해, 출생 및 성장 과정과 인간관계, 언론인·학자로서의 활동과 업적 등 삶의 모습이 빼곡하게 담겼다. 최원형 기자
냉혹한 시대를 향한 뜨거운 노래

» 만인보
〈만인보(양장 합본 전 11권)〉
고은 지음/창비·각 권 2만5000~3만5000원

고은(77) 시인이 <만인보>를 처음 구상한 것은 1980년 여름, 신군부 세력에 의해 내란음모 등 혐의로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독방에 갇혀 있을 때였다.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출옥한 시인은 감옥 안에서 다짐한 대로 <만인보>의 집필에 착수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에 대한 노래의 집결”을 표방한 <만인보>는 올해 4월 마지막 4권이 나옴으로써 모두 30권으로 완간되었다. 서시를 포함해 4001편, 주연과 조연급까지만 포함해도 모두 5600여명이 등장해 겨레의 초상이자 시대의 벽화를 완성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팔순 박완서의 40년 작가인생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현대문학·1만2000원

올해는 원로 작가 박완서(79)의 등단 40주년이었다. 세는 나이로 마흔이 되어서야 늦깎이로 등단한 그가 작가로 살아온 지도 어언 40년이 된 것이다. 팔순 나이와 등단 40년을 기리는 별도의 잔치가 없어서 섭섭하던 차에 그의 신작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출간은 독자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아차산 아래 전원주택 마당에서 흙과 풀을 상대로 땀을 흘리면서 맛보는 원초적 행복, 갑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아린 전쟁의 상흔, 김수환 추기경과 박경리·박수근 등 먼저 세상 뜬 이들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글 등이 골고루 담겼다. 최재봉 기자
우리는 ‘삼성왕국’으로부터 자유로운가?

»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사회평론·2만2000원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 등 자신이 몸담았던 삼성그룹의 비리에 대한 양심고백으로 충격을 줬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이다. ‘삼성왕국’이란 말처럼 우리 사회에 지배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권력을 휘두르는 회장 일가,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경영권 세습 과정 등 그 내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두운 구석이다. 지은이는 스스로에게, 또 독자들에게 묻는다. “삼성의 비리를 묵인하거나 지지해온 우리는 삼성이 만든 디스토피아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신을 통해 본 서양, 서양인, 서양문명

»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김용규 지음/휴머니스트·3만7000원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은 한국어로 쓴 인문학의 한 성취라고 할 만한 책이다. 지은이 김용규씨는 서양문명의 코드를 푸는 열쇳말로 신을 설정하고, 그 신을 둘러싼 담론의 흥망성쇠를 추적한다.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두가지 지적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어떻게 만나 어떤 교호작용을 거쳐 어디로 귀결했는지 탐색한다. 특히 신에 대한 탐구를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현대 물리학의 빅뱅이론·다중우주론 같은 자연과학적 주제들과 비교해 검토함으로써 논의 범위를 확장한다. 고명섭 기자
법륜 스님의 ‘까칠한’ 주례사

» 스님의 주례사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휴·1만2000원

‘스님의 주례사’라고? 결혼도 안 해본 스님이 주례사는 무슨 주례사?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겠지만, 주인공이 즉문즉설의 대가 법륜 스님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법륜 스님의 결혼론은 그동안 인터넷상에서 ‘스님의 주례사’란 이름으로 퍼져 나가 수많은 네티즌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스님은 어떤 상담가들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사람들 중에 부부 갈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스님의 충고를 한마디로 줄이면, 배우자에게 덕 볼 마음을 버리고 온전히 혼자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기독교 밖에서 본 예수의 생애

〈예수 평전〉
조철수 지음/김영사·3만원
예수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5000여명을 먹이고도 남은 빵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신약성서> 공관복음서의 기적 이야기. 국내 유일의 아시리아학 학위 소지자요 성서학 권위자인 조철수 교수는 고대 문헌들의 재해석을 통해 이 ‘오병이어’ 기적을 백부장·오십부장들이 참석한 특별 만찬의례에서 다섯명의 천부장을 선출했고 예수가 그들에게 성찬의례를 베풀었다는 내용으로 풀이했다. 조 교수의 문헌 검토를 근거로 한 성서 재해석 작업은 성서상의 주요 사건들에 관한 기독교 기성 관념들을 뿌리째 뒤흔들며 성서와 예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기사등록 : 2010-12-24 오후 09:12:53  기사수정 : 2010-12-24 오후 11:37:13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