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7

오세훈의 서울시, 살림살이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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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서울시, 살림살이 엉망진창
이 서울시의회의 2010년 예산결산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수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서울시 예산이 허투루 집행되고 관리되는 대표 사례를 소개한다.
[200호] 2011년 07월 08일 (금) 23:11:02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7월8일 서울시의회가 진통 끝에 서울시의 2010년도 예산결산안을 승인했다. 당초 민주당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결산안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서울시가 살림을 엉망으로 한 탓에 가계부 꼴이 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 2010년 예산은 22조5000억원 남짓이다. 그런데 2010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5조원 가까이 된다. 전해에 비해 빚이 줄기는커녕 3000억원가량 늘었다. 서울메트로, SH공사 같은 서울시 투자기관까지 합하면 서울시 부채 규모는 25조5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한 해 서울시 예산보다 많은 액수다(<표 1>). 민주당 시의원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0년 한 해 이자로만 1조원가량을 부담했다.


  
ⓒ뉴시스
6월23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는 오세훈 시장(왼쪽).


하지만 민주당 측은 고민 끝에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집행한 돈이라 의회가 결산안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큰 제재가 되지 않는 데다, 서울시와 건건이 부딪치는 게 적잖이 부담스러워서다. 대신 민주당은 다음 예산에 반영하라고 몇 가지 단서를 달았다. △불용액 감소방안 마련 △예비비 집행관행 개선 △비효율 예산집행 관행 개선 등이다.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으로 활동한 민주당 소속 김용석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불승인해서 경각심을 줬으면 좋겠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지도부가 통과를 결정했다. 다만 이번처럼 상임위에서 격론을 벌이고 단서 조항까지 달아 결산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없었던 만큼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이에 앞서 시의원과 회계사 등을 결산검사위원으로 위촉해 서울시의 예산 집행 내역을 꼼꼼히 점검했다. 지난 6월30일에는 서울시의회와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함께 서울시의 2010년 결산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시사IN>은 서울시의회의 결산 검사 결과와 토론회 내용을 입수해 서울시 예산이 허투루 집행되고 관리되는 몇몇 사례를 소개한다. 새 예산안을 짤 때 바로 이런 점들이 개선되어야 '혈세'가 낭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손종필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예산위원장은 서울시 금고의 잔액이 줄어들고 일시차입금이 급증하는 것을 지적하며 서울시의 재정 악화를 우려했고, 토론자로 나선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은 "서울시의 재정 운용을 적극 견제할 상시적인 재정 전문기구가 시의회에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비어가는 곳간과 이자 수입 감소

<표 2>에서 알 수 있듯, 서울시 금고의 평균 잔액이 매년 급격히 줄고 있다. 2007년에 2조9517억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394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니 서울시의 공금 이자 수입도 따라 줄었다. 2008년 이자 수입만 1550억원이었는데, 2010년에는 달랑 86억원이다(<표 3>). 가만히 앉아 1464억원을 날린 셈이다. 반면 2010년에 일시적으로 차입한 금액이 사상 최대인 2조22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른 이자 지급액은 64억2900만원. 불필요한 이자는 뭉텅뭉텅 나가고, 들어와야 할 이자 수입은 급감하는, '안되는' 집안의 재정 운용이 서울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까지 괜찮던 시 금고가 이렇게 부실해진 까닭을 2009년 들어 금융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몰아붙인 '예산 조기 집행' 정책 때문이라고 본다. 세금은 천천히 들어오는데 지출은 빠르니 그 간극을 단기 차입금으로 메우고 그래서 거액의 이자가 나가는 재정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오세훈 시장이 재선을 노리고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굵직한 투자사업을 추진한 게 서울시의 재정 균형을 무너뜨린 또 다른 이유라고 지적한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나 디자인 서울, 과도한 해외 홍보사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서울시판 114'에 175억원이나 투입


서울시는 시민들의 민원을 신속·정확하게 응대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부터 '120 다산콜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120 다산콜센터'의 하루 상담 건수는 2007년 1월 1148건에서 2010년 12월 3만9242건으로 급증했고, 시민들의 콜센터 인지도도 82.5%로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최대 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상담 건수가 늘면서 위탁업체 수가 둘에서 셋으로 늘고, 운영비 또한 2007년 15억원으로 시작한 것이 2010년 175억원으로 급증했다(<표 4>). 문제는 상담 내용이다. 결산검사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시정 일반'과 '상·하수도 민원' 등은 꾸준히 주는 반면, '동 가는 버스가 몇 번인지?' 또는 '친구랑 내기 중인데, △△가 영어로 뭔지?' 등 단순 길 안내나 시답잖은 질문이 늘고 있다(<표 5>). 이에 따라 결산검사위원회는 서울시 측에 "시정과 관련이 없는 상담에 응하느라 매년 200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건지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권고했다.






민간업자에 돈 늦게 받고 못 받고


일반 시민은 공과금을 하루만 연체해도 과태료가 여지없이 붙는다. 그런데 서울시 결산서를 보면 여러 민간업자가 서울시에 내거나 돌려줘야 할 돈을 늑장 정산하고, 회계연도가 지나 반환하거나 아예 떼먹고 있다. 다 모으면 엄청난 액수인데 공무원들의 징수 의지는 불투명하다.

사례 1. <표 6>을 보면 월드컵경기장이나 목동운동장은 주차요금이 제대로 징수됐는데, 잠실종합운동장의 경우 15억3700만원을 징수해야 하지만 수납액이 0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서울남산골프클럽(주)과 1년에 4회 분할 납부 조건으로 위·수탁 관리 계약을 했다. 그런데 이 수탁사가 1회분 주차장 수입금을 미납했고, 서울시가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자 이 업체가 소송을 제기한 후 주차장을 무단 점유한 채 영업을 계속하면서 돈은 한 푼도 안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의 관리 소홀이다. 당초 수탁자에게 2회 이상 분할 납부를 허용할 경우 이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토록 약정이 되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채 계약을 체결해 미수납 및 체납을 가능케 했다.

사례 2. 서울시는 2010년 말 현재 서울시내 104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에게 공영 차고지를 임대하고 있다. 관련 법과 규정에 따르면 공영 차고지의 사용료는 한꺼번에 선납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때에만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서울시의 경우 분할 납부와 관련한 조항이 없다. 그런데 104개 공영 차고지 임대회사 중 17개 업체가 사용료를 분납하고 있다. 조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는 선납에 따른 이자 수익을 손해 보는 셈이다. 또 <공영차고지 시설 사용계약서>에는 연간 사용료의 30%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보증금으로 서울시에 예치해야 한다. 하지만 용림교통 외 5개 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시사IN 조우혜
한강르네상스 사업(위) 등이 서울시 재정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사례 3. 서울시 푸른도시국의 경우 공유재산 임대료, 기타 사용료, 잡수입 등으로 구성된 '세외 수입'과 '임시적 세외 수입'의 미수납 비율이 12.36%나 된다. 다른 부서에 비해 유난히 많다. 그 가운데 '2009년 코끼리월드'를 진행한 (주)코끼리월드의 경우 무단점용 변상금과 연체료로 1억500만원을 징수했어야 하지만 체납자가 재산을 빼돌리도록 방치해 못 받을 지경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진행한 <인체비밀 웰빙전>의 경우도 수탁업체인 (주)하늘엔터테인먼트로부터 체납된 3억1800만원을 받아야 했는데, 서울시 측이 머뭇거리는 사이 법인 대표가 사망하면서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특히 푸른도시국의 미수납액 72억6800만원 중 전년부터 이월된 액수가 90%를 넘어 체납이 고질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빚을 떠안고 달리는 도시철도


2010년에 도시철도 공채를 발행하면서 들어올 수입이 5323억원으로 잡혔는데, 실제 징수액은 그보다 15%가 많은 6117억3300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공채 발생 예산과 실제 발행 액수를 비교해보면 매년 공채의 실제 발행액이 급증함을 알 수 있다(<표 7>).

그 원인은 자동차를 새로 산 사람이나 서울시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도시철도 공채의 매출액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치상으로 보면 수입이 늘어난 것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그만큼 서울시가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공채의 초과 발행에 따른 유휴 자금을 도시철도 공채의 발행 이자율(연 2.5%)보다 높게 운용함으로써 재정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채 발행에 따른 부대비용 및 관리운용 비용을 감안하면 실제 자금조달 비용은 발행 이자율보다 훨씬 높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무리한 공채 발행이 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
오세훈 시장의 치적으로 꼽히는 '120 다산콜센터'(위)가 예산 먹는 하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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