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8

‘물바다’ 강남, 빌딩신축 늘어 하수관 과부하 가능성- 한겨레- 2011.7.28일자.

‘물바다’ 강남, 빌딩신축 늘어 하수관 과부하 가능성
강남 침수피해 왜 컸나
작년 6월 폭우때도 강남역 인근 도로 배수문제로 침수
환경단체 “빗물을 하수관으로 유인하는 시설 문제일수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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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강남·서초·관악구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특히 사무빌딩 밀집지역인 강남역·대치역·선릉역 인근 도로가 침수되면서 직장인들의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아침 8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사거리~교대역 사거리 등 강남대로 일대는 물에 잠겼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 사거리는 어른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지하철 역사 출입구가 봉쇄됐으며 오전 9시께부터 열차가 3시간가량 정차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넘어서는 분당선 도곡역·선릉역 철로가 물에 잠겨 수서~선릉 사이 열차 운행이 오후 4시까지 중단됐다. 관악구 도림천도 범람해 신사동 주민 20여명이 인근 교회로 대피했으며, 지하철 2·4호선 사당역도 오전 한때 출입이 통제됐다.

전기공급 중단 사태도 강남 지역에 집중됐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서초·강남·방배 쪽 저지대에 위치한 아파트·빌딩·상가의 전기가 끊어진 상태”라며 “건물 지하에 있는 수전설비가 침수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역 지하상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상인들은 장사를 접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서초동 케이티 빌딩,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도 정전됐다. 특히 이날 오전엔 은마아파트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김아무개(65·여)씨가 정전이 된 지하실에 물이 차오른 걸 모르고 들어갔다가 감전으로 숨졌다고 소방서 관계자는 밝혔다.

강북보다는 강남 지역에 더 많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까지 내린 비는 관악구 296.5㎜, 강남구 242㎜, 서초구 241.5㎜로 강북구(113㎜)나 종로구(116㎜) 강수량의 두배가 넘는다. 이날 오전 관악구에는 시간당 최고 111㎜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으며, 강남구는 최고 72㎜, 서초구는 8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폭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치수정책이 문제라는 것이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서울시에 깔린 주요 하수관로는 시간당 75㎜의 강수량에 견디게 설계돼 있다”며 “비가 많이 내린 걸 감안하더라도 도심지에서 물이 사람 허리까지 차오르는 현상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강남역 주변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강수량이 많을 때마다 침수가 계속된다며, 빌딩 신축 등이 배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하수관로가 막혔거나 빗물을 하수관로로 유인하는 빗물받이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2001년 강남이 물에 잠겼을 때 이런 부분이 원인으로 거론됐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 6월 폭우 때도 강남역 인근 도로가 침수하면서 배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하수관로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등을 따져보는 조사 착수를 서울시와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서울에서 물이 통하지 않는 불투수층 비율이 2009년 기준으로 47.7%인데, 서울시에는 산악과 하천이 많아 도시 면적으로만 따져보면 불투수율이 85%에 이른다”며 “이런 도시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이뤄진 곳이 강남”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은 집중형 물관리 시스템을 분산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길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비가 내리면 물이 갈 수 있는 길은 하수구밖에 없다”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에 대비해 빗물을 임시저장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저류시설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기사등록 : 2011-07-27 오후 08:19:12  기사수정 : 2011-07-27 오후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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