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33.3% 승부…민주 ‘불참운동’ 외길소득 구분없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소리없는 쓰나미’처럼 정치권을 향해 밀려오고 있다. 야5당은 지난 19일과 21일 주민투표 수리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소송을 각각 법원에 제기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27일 최고위원회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참석시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 33.3%가 결정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결과를 전망하기 힘든 이유는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33.3%)이 투표를 해야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고, 유효 투표수의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이번 주민투표를 이념구도로 몰아 보수층 결집에 나서면 33.3%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무상급식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34.6%였다.
■ 민주당 ‘무시전략’통할까? 보수층이 뭉칠 것을 우려하는 민주당은 그동안 “불법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며 보이콧 전략을 취해왔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전략 부대표를 맡고 있는 강희용 시의원은 “이번 설문 문항 내용은 야당이 주장해온 무상급식 계획과 차이가 나는데도 서울시가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했다”며 “씨름판에 권투하자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투표에 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 역시 투표 불참 밖엔 없어 보인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투표율 미달이 아니라 투표 결과로 야당이 이기려면 야권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해 투표율이 60%쯤은 돼야 할 텐데 그건 이미 늦었고, 또 불가능하다”며 “오세훈 서울시장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선거비용 182억원을 낭비하는 ‘참 나쁜 투표’라며 불참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지면 사퇴 기로…이겨도 ‘반복지’ 딜레마
■ 오세훈의 승부수 한나라당은 투표율이 33.3%를 넘긴다면 오 시장의 선별적·단계적 무상급식 안이 선택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그는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내심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편에선 오 시장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투표에 시장직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 안에선 오 시장이 이번 투표에 시장직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오 시장이 물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야권 연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 악재가 된다”며 “거취 문제는 당의 명운과 걸린 것이므로 오 시장 혼자 결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오세훈 이기면 어떻게 되나?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2200억원 가량이다. 이중 1~4학년 급식은 교육청·각 구청 예산(1500억원)으로, 5~6학년은 서울시 예산 695억원으로 부담하게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집행을 거부하면서 올해는 1~4학년까지만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만약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이길 경우, 서울시는 계속 5~6학년 급식 예산 집행을 거부할 ‘명분’을 얻게 된다.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만약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이겼다고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교육청·구청도 예산을 늘리지 않는다면, 올해 무상급식 혜택을 받던 4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5학년이 되면 매달 5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오 시장은 아이들 밥숟가락도 뺏어간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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