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7

송영길, “인천공항 민영화 힘들 것”-시사인 201호- 이숙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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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공항 민영화 힘들 것”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는 차기 출마가 거론된다. 그렇다면 송영길 인천시장은? ‘아니요’가 그의 대답이다. 민주당에서 세대교체론이 나오지만 지금은 인천의 현안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201호] 2011년 07월 15일 (금) 23:16:33이숙이 기자  sook@sisain.co.kr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진다. 대통령은 몸소 코앞에 다가온 대구 육상선수권대회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최근 국비 지원을 요청한 송영길 인천시장(사진)을 만나 어떻게 준비하는지 물었다. 송 시장에게는 인천공항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서해 긴장완화 같은 인천의 현안과 함께 2012년 총선과 대선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송 시장이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데다, 486 세대의 선두주자라는 평을 듣고 있어서다. 인터뷰는 7월13일 인천시장실에서 진행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은 준비가 잘되고 있나? 

아시안게임 종목이 36개인데, 경기장은 모두 49개가 필요하다. 16개는 부천·김포·안양 등 주변 도시에 있는 것을 활용하고, 10개는 인천의 기존 경기장을 리모델링하고, 7개는 민간이 지어서, 인천시가 직접 짓는 건 16개다. 여기에 1조9000억원 정도 들어간다. 그것도 당초 2조6000억원 규모로 잡아놓은 걸 7000억원 정도 줄인 건데, 중앙정부에서 30%만 지원해주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사IN 백승기
송영길 인천시장
지금은 예산 책정이 한 푼도 안 되어 있나?

하나도 안 되어 있다. 인천 출신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있고, 여야가 다 도와주겠다고는 한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국격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실속 없이 멍만 들 수도 있다. 
지을 때도 아껴서 짓고 설계 때부터 경기 끝나고 난 이후의 활용도를 고려해야 한다.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의 경우 1년에 관리비가 40억원 정도 들어간다. 수익이 23억원 정도니까 매년 17억원이 적자다. 층높이를 높게 잡아놔야 아웃렛이 들어온다든지 전시실·컨벤션이 들어올 때 용도 변경이 쉬운데 시멘트로 발라놔서 변환이 불가능하다. 이번엔 설계도부터 싹 바꿨다. 서울 상암이 월드컵경기장 중 유일하게 흑자가 나는데 상암처럼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인천시 재정이 안 그래도 취약한데.
경기장을 짓는 비용은 행안부에서 별도부채 항목으로 빼줘서 일반적인 부채 한도에 속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주로 15년 분할상환이라 재정 부담이 분산될 수 있다.

지난해 당선됐을 때 인천시 재정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지경이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들어오자마자 빌려 쓰고, 아껴 쓰고, 벌어 쓰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예산을 5439억원, 7.7%나 줄였다. 국회의원 할 때 보니 300조원 국가 예산 중에도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사업용 예산을 5000억원 줄이는 게 쉽지 않더라. 엄청난 긴축을 한 것이다.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겠다.
기존 사업 관리도 버겁다. 그래도 복지 분야 예산은 11~12% 늘렸다. 셋째 자녀를 낳으면 300만원씩 주고, 내년부터는 둘째를 낳으면 200만원, 그 다음부턴 첫째만 낳아도 100만원씩 주려 한다. 12세 이하 아이들은 국가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준다. 내가 들어오고 나서 부채가 한 1조1000억원쯤 늘었다. 그중에 1조원이 인천도시개발공사로 들어갔고, 순수 시 부채는 1000억원 정도 늘었다. 도시개발공사 사업들은 중간에 스톱할 수 없다. 돈을 투입해서 마무리해야 회수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물린 돈이 많아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2013년까지는 빚이 11조원까지 늘어날 거다. 하지만 2013년 말부터는 부채를 회수해서 내 임기(2014년 6월) 안에 그래프가 꺾이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인천공항 민영화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마 못 팔 거다. 법을 개정해서 팔아야 하는데 법이 통과되기 어렵고, 법을 개정하지 않고 팔려고 하면 강한 역풍을 만날 거라 매각이 쉽지 않다.

정부가 왜 매각에 적극적이라고 보나? 
인천공항 가치가 12조원인데 30%만 팔아도 4조원이 나온다. 4조원이면 재정을 운용하는 처지에서는 얼마나 큰돈인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붓고, 선거도 치러야 하는데 여당으로서는 4조원이란 돈이 알토란처럼 보일 거다.

정치 맥락이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다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한다든가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인천공항이 워낙 최고라 스키폴 공항(네덜란드)이나 샤를드골 공항(프랑스)도 전략적으로 제휴하자고 먼저 찾아올 정도다. 환승객도 500만명이 넘어가고 영업이윤 상승률도 18%를 넘는다.

인천공항 투자 의사를 밝힌 매쿼리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매쿼리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하고 인천대교 등에 다 투자했다. 그런데 30년씩 최소 이익을 보장해주니 회사 처지에서는 당연히 입질을 하는 거다. 앞으로는 국가 중요 시설의 경우 MRG (최소 운영수입 보장)가 되는 시설은 국내 연기금이 들어가야 한다.

송도에 영리병원을 유치하는 데 찬성하는 견해이다. 의료 민영화의 전초기지가 되리라는 비판이 있는데.

당초 송도에 채드윅(국제학교)이 들어올 때도 전교조가 반대했다. “귀족학교 세우자는 거냐, 하려면 외국인만 받아라”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가 형성되는 단계라 외국인만으로는 학교 운영이 안 된다. 설득 끝에 내국인 비율을 정원의 30%로 했는데, 정원 2100명의 30%인 600명까지 내국인을 받으니까 학교도 운영이 되고 롯데그룹 증손자,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나 변호사 자녀 등 여기 아니면 어차피 외국으로 나갈 학생이 많이 와 있다. 이 학교 덕에 투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도 당장 아이들 교육이 고민거리 아닌가. 이처럼 송도 영리병원도 윈윈하는 방법을 찾자는 거다. 시민단체가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를 파괴하고 영리병원으로 가는 전초다 하면 나도 100% 반대다. 하지만 차단벽을 세운 뒤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외국인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관광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을까.

강원도나 제주도도 의료·관광·교육 인프라를 갖춰 외국인을 유치하겠다고 하고, 1차 목표를 중국인에 두고 있다. 과열 경쟁 아닌가? 

시장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이 4년 동안 연구해본 결과 (국제적인 병원이 성공할 만한 곳은) 송도밖에 없다고 하더라. 인천국제공항에서 30분 이내여서 고객이 올 수 있는 위치이고, 서울을 떠나지 않으려는 40~50대 전문의를 유인하기에도 좋은 위치가 송도라는 거다.

북한 접경이라는 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도 2014년 인천, 2018년 평창은 중요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분단된 게 강원도와 인천이다. 북한 강원도가 있고, 남한 강원도가 있다. 황해도 옹진이 있고 인천 옹진이 있다. 동해와 서해도 갈라졌다. 그래서 인천 아시안게임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인류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최문순 지사하고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인천시청 제공
송 시장은 주경기장 건설 비용을 대폭 줄였다. 위는 6월28일 주경기장 착공식.



아시안게임 때 북한과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공동 개최는 어려울 거고 일부 종목을 분산해서 개최하든지, 단일 한반도기 사용이나 공동 입장, 공동 응원단 문화행사 같은 다양한 협력 방안을 구사할 수 있다. 이미 제안을 했고 긍정 반응을 얻었다. 

강화도 해병대 사건으로 시끄럽다. 시가 관여할 만한 대목은 없나?

해병대 문제는 국가 안보의 문제를 일선 병사나 일개 부대의 군기 확립이나 부적응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남북의 문제는 고도의 정치력으로 막힌 관계를 뚫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동해 바다는 금강산 프로젝트 이후 군사 긴장이 확 떨어졌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북한 군대가 후방으로 배치되면서 일산·파주의 긴장이 완화되어 천안함 사태 같은 게 일어나도 큰 동요가 없었다. 반면에 인천은 10·4 선언 뒤 바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NLL과 관련한 후속 조처가 없어서 여전히 긴장감이 팽배해 있다. 이 문제를 고위급 군사회담이나 직통전화 설치, 상호 훈련 참관 같은 제도적 틀로 해결해야지, 일선 병사한테 “선조치 후보고다. 보이면 쏴라” 이런 식으로 압박을 줘서는 사고 나기 십상이다. 경직된 군대 문화도 풀기 어렵다.

한나라당에 젊은 수도권 리더가 포진하면서 민주당에서도 세대교체론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나이로 접근할 게 아니라 새로운 흐름으로 교체해나가야 한다. 19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문화 행태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은 486 단체장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1년간 제 역할을 했다고 보나? 

나나 안희정 지사, 밖에 있는 김두관 지사가 일을 잘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집권했을 때 보여줄 예고편이 이런 것이다, 예고편을 보니까 본영화가 볼 만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전임자 뒤치다꺼리 때문에 힘들지만 어찌 됐건 1년 만에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자부한다. 환경 때문에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계양산 골프장을 폐지했고, 인천만 조력발전소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표명해 정리하고 있다. 부도 일보 직전의 인천 시정은 일단 브레이크를 잡아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가고 있고, 동시에 투자 유치를 활성화해서 삼성 바이오와 시스코 등을 송도에 유치했다. 여기에 출산과 보육(child care), 교육(edu care), 청년 일자리(job care) 등 3C 분야는 없는 살림에 예산을 적극 투여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민주당 단체장들이 자주 만나나?
각자 일이 많아서 단체장협의회라는 공식 틀 말고는 자주 보기 힘들다. 다만 안희정·최문순 지사와는 서로 교대로 강연을 가기로 했다. 또 10·4 선언 기념식을 인천에서 할 예정이라 김두관 지사나 노무현 재단 관계자들도 다 올 거다. 권양숙 여사도 참석할 예정이고.

내년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야권이 얼마나 잘 타협하느냐, 또 어떤 리더십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야권 통합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대선 후보는 연합 경선 같은 걸 해야 할 것 같고, 총선에서는 통합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문재인·이해찬 같은 분들이 당으로 들어와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은 부산에서, 이해찬은 서울에서, 손학규는 경기에서, 한명숙은 강원도에서 뛰는 식의 공동 전선을 펴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일단 그런 흐름을 만들어놓으면 그분들이 대선 때 화려하게 경선을 해서 시너지가 나올 거다. 

한나라당 주자로 ‘박근혜 대세론’에 동의하나? 
무조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거기서도 경선이 있을 테니.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차기 대권에 뜻을 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수도권 단체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단체장이 대선에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솔직하고 투명해야 한다. 계속 양쪽 카드를 쥐고 고민하는 모습은 도민이나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송 시장은 차기 대권에 안 나오나? 
그렇다. 오세훈 시장 말마따나 대권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게 시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이 워낙 어려운 상황에서 그걸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를 선택했는데, 여기서 뭔가 뚫어놓고 다음을 고려해야지 중간에 내팽개치고 나가는 건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내년 총선·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는가?
남북 관계가 다시 한번 화두가 되리라고 본다. 지난번에 ‘퍼주기’ 등 부정적 의미로 공격의 대상이 됐지만, 이제는 양쪽 다 겪고 나니 남북 문제에 대한 분명한 정책 노선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양극화되는 구조에서 누가 사회복지나 통합의 모델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 평화와 복지국가 담론이 중요한 화두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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