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9

[인터뷰]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미디어오늘 이정환- 201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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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 겸영, 미국 배우라던 자들 어디 갔나”
[인터뷰]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0호] 2011년 07월 19일 (화)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신문과 방송의 융합, 겸영 허용이 세계적 추세라고? 지난 7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언론계의 상식을 뒤엎는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를 금지한 법안을 되살리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07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신문과 방송 겸업 제한 규정을 완화한 뒤 4년 만이다. 법원은 개정 과정에서 대중에게 적절한 의견 개진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했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신방 겸영이 여론의 독과점을 가속화하고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 보수 언론의 여론 장악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제 와서 종편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조중동매에 더 이상의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 일문일답.

- 미국이 4년 만에 신방 겸영을 다시 규제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미국은 1975년부터 신방 겸영을 금지해 왔다. 그런데 대형 신문사들이 방송 진출을 허용해 달라는 로비를 계속했고 주요 20개 도시에서 신방 겸영을 허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해 왔는데 이번에 법원에서 이 법이 문제가 있다고 한 건 FCC가 바뀌는 법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거다. 공청회를 6번 정도 했는데 너무 적었고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하는데 부작용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거다.”

- 종편 허용을 두고 논의가 부족했던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형식적인 공청회가 두어 차례 있었을 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안 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절차적 문제를 따지자면 우리나라가 훨씬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만약 종편 허가가 무효화될 수 있느냐를 묻는다면 회의적이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이 제대로 안 돼 있다. 정치 권력이 국회나 사법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FCC에서 신방겸영을 밀어붙였지만 법원에서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안 된다. 법원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 미디어법이 통과됐을 때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했는데 헌재는 애매모호한 판결로 이를 묵인해줬다. 이를 뒤집을 수 있을까. 글쎄 어려울 것 같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 세계적인 추세라던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장이 무색하게 최근 미국에서는 신방 겸영을 다시 금지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종편 사업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시장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 신방 겸영을 반대하는 쪽 논리는 뭔가. “신문사가 방송사를 소유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쪽에서 취재한 기사를 다른 쪽에 그대로 쓰면 되니까.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면 크로스 프로모션이 가능하게 된다. 한쪽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다른 쪽 지면을 동원해 홍보할 수 있다. 디즈니나 폭스가 그렇게 한다. 영향력이 높아져서 광고 단가도 높게 받을 수 있다. 뉴스가 줄어들고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늘어나는데 그럴수록 돈을 더 잘 번다. 여러 언론사를 거느리고 서로서로 지원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다른 언론사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 종편이 출범하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여론 독과점이 심화될 거라는 이야기인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좀 다른 거 아닌가. 문어발식 재벌형 언론사도 없고 방송에 진출하긴 했지만 대부분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결국 광고 시장의 제한된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될 텐데 종편에 진출한 신문사들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매체를 동원해서 기업을 협박할 거고 서로 크로스 프로모션도 하겠지. 기업들이 괴로울 거다. 종편의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의외로 쉽게 안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관건은 광고 규제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를 허용하고 광고 직접판매를 허용하면 사실상 게임 끝이라고 봐도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는데 종편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좀 더 광고 효과가 높은 쪽으로 옮겨가게 될 테니까.”

-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를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인데.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는 신문·방송 시장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중동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거고 다른 언론사에 줄 광고를 줄이게 될 텐데. 1사1렙으로 가면 지역민방이나 종교채널, 공익채널 등은 광고가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광고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의무재전송까지 하게 되면 전체 가구의 80%가 종편을 보게 된다. 지상파 수준의 영향력을 주고 규제는 하지 않는다? 이거 말이 안 되지 않나. 만약 광고 규제를 풀거라면 지상파도 다 풀어주는 게 맞다.”

-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보수 성향 언론의 점유율이 높다. 조중동매가 전국 단위 일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육박할 정도다. 종편 이후 언론의 보수화가 더욱 심화될 거라고 보나.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진보성향 언론이 이 정도라도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라고 본다. 미국은 언론사들 인수합병이 늘어나면서 거대 자본이 진보성향 언론사들을 사버리는 일도 많았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버티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지는 건 안타깝다. 보수성향 언론이 방송 진출에서 해법을 찾는다면 진보성향 언론은 소셜 미디어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광고로만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콘텐츠 차별화를 넘어 콘텐츠 유료화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 뉴욕타임즈의 콘텐츠 유료화는 어떻게 보나. 접속자 수와 페이지 뷰가 줄었다는데.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본다. 최소 1년에서 2년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페이지 뷰가 좀 떨어졌다고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뉴욕타임즈보다 일찍 유료화를 했던 파이낸셜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건 앞으로는 모든 신문이 유료화로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공짜 뉴스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AOL이나 야후 같은 포털 사이트들도 뉴스 콘텐츠 생산을 시작했다. 머지 않아 신문들이 뉴스 공급을 중단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AOL이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뉴스가 없으면 포털도 빈 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종속이 너무 심하고 언론사 자체적인 독자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유료화를 하려면 콘텐츠 질이 높아야 한다. 독자들 지갑을 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즈가 유료화를 한 건 유료화를 해도 볼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이제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다.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난다. 독자들은 좀 더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를 읽기 원한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보도자료나 배껴쓰는 기자들에게는 위기겠지만 다른 관점을 갖는 기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특화된 영역을 개척하라는 이야기다. 스타일을 갖춰라.”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뉴스 어뷰징 논란을 보면 상당수 독자들이 선정적인 연예 가십성 기사에 열광적으로 반응하지 않나. 참담한 현실이지만 좋은 기사는 돈이 안 된다.
“학생들에게 저널리즘을 가르치면서 늘 고민하는 게 오디언스가 원하는 걸 줄거냐 필요한 걸 줄거나 하는 질문이다. 니드(need)와 원트(want), 언론은 엔터테인먼트적 성격도 있지만 의제를 설정하고 방향을 잡는 교육적 성격도 있지 않나. 독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갈수록 돈이 되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른 언론사들이 원트에 치중할 때 독자들의 니드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그게 유료화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가, 어떤 콘텐츠에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를 파악하라는 이야기다.”

-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가능하다고 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만들기는 아주 어렵다. 공영방송이라는 게 생긴 것도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독자들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 그러려면 구독료를 높여 광고를 안 받는 쪽으로 가야 할 거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그렇게 했다. 독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고 그러려면 콘텐츠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진보언론에게 조언을 하자면 자본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들에게 의존해라,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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