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8

수해대책 ‘구멍’…서울 심장부 1년만에 또 잠겼다

수해대책 ‘구멍’…서울 심장부 1년만에 또 잠겼다
천재 아닌 ‘인재’ 
태풍대책 발표 이틀만에 광화문 등 도심 침수
수해방지 예산 5년만에 641억→66억으로 ‘싹둑’
한겨레  임지선 기자기자블로그
»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가에서 빗물에 떠밀린 승용차가 축대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류우종 기자
이틀 동안 내린 비에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과 강남 일대 등 도심 핵심부가 물에 잠기고, 서초구 우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까지 발생하자 서울시의 치수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추석 연휴 때 폭우로 침수됐던 광화문 광장이 이번에 또다시 물바다로 변하자, 서울시가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추석 연휴 수해 직후 전문가들이 서울시내 하수관의 구조적 문제와 빗물저류조 등의 물관리 시설 부족을 지적했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하수관 시설 확충 등을 위해 올해 28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하수도 설비에 대해서는 용역업체 선정 작업 단계”라며 “강서·양천·광진구와 강남역 일대 등 침수 지역에 빗물을 모아두는 빗물저류조를 5개 신설하고 빗물펌프장을 12개 증설하겠다는 계획 역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해 이후 올해 장마철이 지나도록 침수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 서울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7일 근처 우면산의 토사가 밀려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래미안 방배아트힐에서 소방대원과 주민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더욱이 서울시가 지난 25일 지하철역 침수 등을 막기 위한 ‘슈퍼태풍 대비 종합교통대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지하철 1호선 오류역과 도심 일대가 물에 잠기자, 서울시가 내놓은 수해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난해 수해가 난 뒤 전문가들이 모여 서울시에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조사, 통합적 수방대책 마련 등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2010년 풍수해대책 종합 결과보고’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피해 내용이 경미했다’고 주장하는 등 수해 원인을 폭우 탓으로만 돌리고 주먹구구식 대책만 내놓은 결과 똑같은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대한하천학회 등이 주최한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과 지속가능한 복구방향’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도시의 겉모습만 신경쓰는 정책 위주로 가다 보니 아주 기본적인 수해 방지 대책은 실종됐고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2005년 641억원이었던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지난해 66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대부분 서초동 하수관 신설 등 대규모 공사에 쓰여 체계적인 수방대책을 위한 예산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가 그동안 한강 공원 조성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시는 일상적인 하수관 관리를 위한 예산마저 충분히 책정하지 않아, 일선 구청에서는 수해 발생 때 응급복구 등을 위해 적립하도록 한 재난관리기금까지 끌어다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내 지역이 수해를 입은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하수관 내의 병목 구간과 물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구간을 발견했지만 아직까지 예산 등의 문제로 보수를 하지 못했다”며 “장마철이 아니어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 하수관 안 퇴적물을 전보다 자주 치워줘야 하는데 이 역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관 보수 등 일부 공사가 일정상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배수관 내 퇴적물 준설은 90% 이상 완료한 상태고, 여러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100년 만의 최대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지선 엄지원 기자 sun21@hani.co.kr

‘오세이돈’ 오세훈 시장 트위터 비난도 ‘홍수’ 
인공하천조성사업 예산만 늘어나…“이제 곤돌라 도입” “서울워터파크”

» 오세훈 서울시장. 한겨레 김봉규
“오세이돈의 야심작, ‘수상도시 서울’이 가시화되었군요. ”

“드뎌 공약대로 ‘물의 도시’를 달성했군요”

“오세이돈의 무상급수, 훌륭하군요.”

“오세훈은 서울시가 아름(?)다운 물의 도시가 되었으니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를 도입하려 예산 세울 듯…”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새 별명도 생겼다. ‘오세이돈’이다. 이틀간 내린 폭우에 물에 잠겨버린 도시 서울의 책임자란 뜻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빗댔다.

냉소의 근거는 1년 전이다. 지난해 추석연휴에도 서울시는 같은 일을 겪었다. 시간당 최고 100㎜, 하루 누적 강수량 259.5㎜의 비로 1만1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시내 곳곳의 주택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통제됐다.

1년 뒤인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폭우로 우면산 토사가 무너져내려 사람이 죽고, 25일 하루 동안 199건의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27일 밤 최고 60㎜의 폭우가 쏟아지면 피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급기야 온라인상에는 지난해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발표했던 성명이 ‘발굴’됐다.

당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오세훈 시장 임기였던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연간 641억원에서 66억원(2010년)으로 매년 감소했음이 확인됐다”며 “서울시가 지난 수년 동안 수해방지 업무를 퇴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번 홍수의 책임이 서울시의 부실한 준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시 건설국 하수과와 물관리국의 예산을 분석한 서울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인 2005년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은 641억원이었다. 이 예산은 2006년 482억, 2007년 259억, 2008년 119억, 2009년 100억에서 2010년은 66억으로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었다.

늘어난 예산은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다. 2006년 618억이던 인공하천 조성 사업비는 2007년 707억, 2008년 726억, 2009년 1724억, 2010년 1158억으로 상승곡선을 그었다. ‘수해방지예산’을 빼서, ‘인공하천 조성’에 넣은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에는 하수관거 시설 확충 등을 위해 28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하수도 설비는 용역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침수 지역인 강서·양천, 광진·구의, 서초·강남역 일대에 빗물을 모아두는 빗물저류조 5개를 신설하고 빗물펌프장 12개를 증설하기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있는 중이다. 주요 ‘침수 지역’이 별다른 대비 없이 장마철을 맞은 셈이다.

천정배 의원은 트위터에서 “오세훈 시장이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든다더니 진짜 그렇게 되었네요. 서울시 수해방지예산은 무상급식주민투표예산 182억원의 1/3에 불과한 66억입니다. 혈세투표 고집말고 수해복구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doax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업적은 역시 수해복구 예산을 10분의1로 줄여 만든 서울워터파크 인 것 같습니다. 세금동동섬은 떠내려 가겠지만 서울워터파크 는 해마다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라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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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1-07-27 오후 08:20:09  기사수정 : 2011-07-27 오후 09: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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