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8

미국 디폴트 공포…월가, 신용강등 대비- 정의길- 한겨레 2011.7.28일자.

미국 디폴트 공포…월가, 신용강등 대비
의회 예산처·공화당 강경파 모두 반발에
공화 ‘베이너안’ 표결 연기…타협 멀어져
한겨레  정의길 기자기자블로그
미국이 디폴트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월가 등 시장은 디폴트 현실화와 이에 따른 미국 신용등급 강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26일 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주도한 연방정부의 국가부채 차입상한선 인상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연기했다. 이 안은 27일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의회 예산처의 문제제기와 당내 보수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베이너의 안은 1조2000억달러 지출삭감을 조건으로 당장 차입상한선을 1조달러 증액하고, 내년에 다시 초당파적 위원회를 구성해 1조5000억달러를 증액하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의회 예산처는 이날 베이너안의 지출삭감 효과가 당초 예상한 1조달러가 아니라 850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안에서도 티파티 계열의 강경보수파 의원들이 지출삭감이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티파티 계열 의원 4명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너안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고, ‘성장을 위한 클럽’ 소속 공화당 의원 등 보수파 의원들과 헤리티지 재단 등 공화당 계열 싱크탱크들도 반대를 표명했다.

한편으론 공화당 의원들에게 강경 태도를 비난하며 타협을 촉구하는 지역구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하원 행정처장의 대변인 댄 와이저는 의원들의 사무실에 평소의 2배인 약 4만건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텔레비전 연설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타협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라고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베이너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예산처가 지적한 8500억달러 지출삭감에 맞춰 차입상한선 증액을 맞추는 수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나, 백악관과 민주당의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백악관 예산실은 베이너의 기존안이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온다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공화당 강경파는 베이너안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양당의 타협은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달러는 추락하고 안전자산이 폭등하는 한편, 월가 등 시장은 디폴트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비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AA로 강등되면, 국채 이자율이 최대 0.7%포인트 상승하고, 그 차입 부담이 1천억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문은 AAA 등급을 유지하려면 적자를 최소 4조달러 감축해야 한다는 에스앤피 분석을 들어, 이에 못미치는 양당의 차입상한 증액 논의가 합의된다고 해도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 달러화는 27일 16개 주요통화 중 14개 통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각각 0.9%, 0.7%씩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온스당 1623.45달러로, 사상 최고였던 지난 7월25일의 1624.07달러에 육박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기사등록 : 2011-07-27 오후 08: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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